SK하이닉스가 초과이익분배금(PS)의 절반가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노동조합에 제시했다. 노조는 지난해 마련한 성과급 합의의 취지를 훼손한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아직 노사 합의가 이뤄지거나 지급 방식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자사주 지급 비율과 직원 선택권, 매각 제한 여부 등 구체적인 조건도 공개되지 않았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사측은 지난 14일 열린 제3차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산정하는 PS 가운데 절반가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PS 산정 기준을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꾸고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노사 합의했다.
지난해에는 기본급의 최대 1000%였던 PS 지급 상한을 폐지했다. 매년 영업이익의 10% 전체를 재원으로 삼아 산정액의 80%는 당해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이후 2년에 걸쳐 매년 10%씩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이 기준은 향후 10년간 적용하기로 했다.
갈등은 성과급 규모가 아닌 지급 수단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노조는 교섭 직후 회사 제안에 대해 “지난해 노사가 어렵게 마련한 합의의 취지와 기본 방향을 훼손하는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회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노조 요구안을 중심으로 쟁점별 실무교섭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에도 직원이 PS 일부를 자사주로 선택할 수 있는 ‘주주참여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참여 직원은 PS의 10%에서 50%까지 10% 단위로 자사주 전환 비율을 정할 수 있다. 해당 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하면 전환 금액의 15%를 현금으로 추가 지급받는다.
이번 사측 제안은 직원이 참여 여부와 전환 비율을 정하는 기존 제도와는 성격이 다르다. 알려진 대로 PS 절반가량이 처음부터 자사주로 지급된다면 직원 선택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직원들이 민감하게 보는 대목은 환금성이다.
주택 잔금이나 전세보증금, 대출 상환 등에 성과급을 투입할 계획이었다면 자사주 매각 가능 시점과 지급 당시 주가에 따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의 규모와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개편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별도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했다.
사전에 정한 실적 조건을 충족하면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아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한다. 지급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 3분의 1씩은 각각 1년과 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합의가 SK하이닉스 협상에도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금 대신 보유 자사주를 활용하면 지급 시점의 현금 유출을 줄이고 임직원의 보상을 기업가치와 연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직원은 주가 변동 위험을 떠안게 된다. 매각 제한까지 붙으면 성과급을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점도 늦어진다.
SK하이닉스가 제시한 자사주 가격 산정 기준과 지급 시점, 매각 제한 여부, 추가 보상, 직원 선택권, 세금 원천징수 방식 등 구체적인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사측은 아직 협상 초기 단계로 확정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실무교섭에서는 자사주 지급 비율과 직원 선택권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재원 규모보다 현금과 주식의 지급 비율, 직원 선택권, 매각 제한 여부가 핵심 쟁점”이라며 “자사주 지급이 사실상 의무화되면 직원들이 주가 변동 위험과 현금화 지연에 따른 부담을 떠안게 돼 노사 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