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고습 폭염’…심장·폐·신장질환자는 더 위험하다

기온이 높은 데다 습도까지 오르면 땀이 잘 증발하지 않아 체온을 떨어뜨리기 어렵다. 심장과 폐의 부담도 커져 심부전이나 허혈성 심장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만성 신장질환 등을 앓는 사람은 온열질환뿐 아니라 기존 질환이 악화될 위험에도 주의해야 한다. 신현영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17일 폭염 속 중증·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법을 알아봤다.

 

폭염 속 이동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심혈관질환자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심장 부담이 커져 협심증과 심부전, 부정맥이 악화될 수 있다. 한낮 외출이나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흉통이나 호흡곤란, 심한 어지러움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뇌혈관질환자는 탈수와 급격한 혈압 변화로 뇌졸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심한 두통이 생기면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과 천식 환자는 높은 습도로 호흡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냉방이 가능한 실내에 머물고 처방받은 흡입제를 규칙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평소보다 숨이 차거나 호흡곤란이 심해지면 신속히 진료받는 것이 좋다.

 

치매나 파킨슨병 환자는 더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갈증을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보호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물을 마시게 하고 실내 온도와 몸 상태를 살펴야 한다. 의식이 흐려지거나 보행 이상이 심해지는 것도 단순히 기존 질환의 증상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만성 신장질환자는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에 취약하다. 다만 무조건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위험할 수 있어 수분 섭취량은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소변량이 급격히 줄거나 심한 부종, 의식 변화가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탈수로 혈당이 오를 수 있고, 식사량이나 활동량 변화로 저혈당이 나타날 수도 있다. 평소보다 혈당을 자주 측정하고 인슐린과 혈당강하제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보관해야 한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는 면역력과 체력,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장시간 외출을 피하고 충분히 쉬어야 한다. 다만 근육량 감소는 치료 과정과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시원한 실내에서 벽을 짚고 하는 팔굽혀펴기나 생수병을 이용한 저강도 근력운동을 하루 10∼15분 정도 이어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폭염으로 식욕이 떨어지더라도 채소와 과일, 양질의 단백질이 포함된 식사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항암치료 중인 환자는 체중과 근육량이 감소하지 않도록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을 섭취할 필요가 있다.

 

물은 갈증이 생기기 전부터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이온음료로 전해질을 보충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차가운 음료나 아이스크림은 복통과 설사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평소 복용하던 약은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다만 구토나 설사, 발열로 음식과 물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할 때는 일부 이뇨제나 혈압약 등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어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신 교수는 “중증·만성질환자는 한낮 야외 활동을 최대한 피하고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며 “극심한 피로감과 어지러움, 의식 저하, 호흡곤란, 흉통 등이 나타나면 단순한 더위 탓으로 넘기지 말고 시원한 장소로 이동한 뒤 신속하게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