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들의 인건비를 유용한 교수가 학교에 이를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김노아 판사는 한 대학교가 전직 교수 A씨를 상대로 낸 연구비 반환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학교에 총 1억9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A씨는 2013년 2월∼2017년 11월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들로부터 학생인건비 총 1억여원을 걷어 출장비 등 공동 경비로 썼다. 돈은 학생들에게 직접 받거나 내연 관계에 있던 제자 B씨를 통해서 걷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제자 B씨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받았으나 검찰은 이들이 걷은 돈을 실제 공동 경비로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다만 학교 측은 이 행위가 학생 인건비를 회수해 공동 관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연구비를 연구목적 외 부당하게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2022년 3월 A씨를 해임했다. 이듬해에는 A씨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옛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규정 등이 금지하는 ‘연구개발비의 용도 외 사용’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라고 판단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학생 연구원들에게 귀속돼야 할 인건비가 A씨 개인 재산 내지 연구실 공동관리 재산에 혼입된 순간 공동관리가 성립하고 용도 외 사용이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본인이 지출한 출장이나 엠티 경비 등을 학생 연구원들한테 사후 변제받았을 뿐이라며 이를 ‘학생인건비 공동관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동경비를 지출한 후 인건비를 회수해 사후 충당한 경우에도 연구원의 인건비에 대한 자유로운 처분권이 제한된 것”이라고 봤다. 또 “연구책임자인 A씨의 지도·감독을 받는 학생들은 비용 분담 요구를 현실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외견상 동의했다고 해도 자율적 의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