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안 말라도 물 챙겨야’…폭염 속 어르신 ‘급성콩팥손상’ 주의 [건강+]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거나 소변 색이 짙어졌다면 탈수를 의심해야 한다. 폭염으로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 콩팥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어 급성콩팥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갈증을 느끼는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6∼8월 급성콩팥손상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한 누적 환자는 7만6886명이었다. 2024년 전체 환자의 76.58%가 60세 이상이었고, 80세 이상도 31.31%를 차지했다.

 

급성신손상. AI 생성이미지

2023년과 2024년 연간 환자 가운데 여름철인 6∼8월 환자의 비율은 각각 27.97%, 27.55%였다. 고온 노출과 탈수 위험이 커지는 여름철에는 콩팥 기능을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체내 수분량이 줄고 콩팥이 소변을 농축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탈수가 발생했을 때 콩팥 기능을 유지하는 능력 역시 감소한다. 갈증 감각까지 둔해져 몸에 수분이 부족해도 목마름을 충분히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 기능이 저하된 노인은 스스로 물을 챙겨 마시기 어려워 탈수 위험이 더 크다. 탈수로 혈액량이 줄면 콩팥으로 공급되는 혈류도 감소한다.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콩팥이 충분한 혈류를 받지 못하면 기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당뇨병과 고혈압, 만성콩팥병, 심부전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가벼운 탈수에도 콩팥 기능이 악화될 수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나 이뇨제를 복용하거나 탈수 상태에서 일부 혈압약을 계속 복용하는 경우에도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구토나 설사, 발열이 있거나 식사와 수분 섭취가 어려울 때는 약을 임의로 계속 복용하거나 중단하지 말고 의료진과 조정 여부를 상의해야 한다.

 

급성콩팥손상은 조기에 발견하면 수액 치료 등으로 회복할 수 있지만, 치료가 늦어지거나 손상이 심하면 만성콩팥병으로 진행하거나 투석이 필요할 수 있다.

 

차진주 고려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차진주 고려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노화로 신장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폭염으로 인한 탈수까지 겹치면 급성콩팥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어르신은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시기보다 일정한 간격으로 물을 나눠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평소보다 소변량이 줄거나 소변 색이 지나치게 짙어지는 것은 대표적인 위험 신호다. 어지럼증과 무기력감, 식욕 저하, 부종, 호흡곤란이 나타날 때도 단순한 더위 탓으로 넘기지 말고 의료기관에서 콩팥 기능과 전해질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심부전이나 진행된 만성콩팥병, 투석 치료 등으로 수분을 제한하는 환자는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부종과 호흡곤란이 악화될 수 있다. 이 경우 의료진과 상의해 질환과 소변량에 맞는 수분 섭취량을 정해야 한다.

 

차 교수는 “스스로 탈수를 인지하기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 여름철에는 가족들이 물 섭취와 소변량, 몸 상태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