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위원장은 14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날 발표한 공익위원 권고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권고안에는 “최저임금법 제3조 적용 범위, 제4조 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구분, 제5조제3항 도급제 최저임금액을 논의했으나 심의요청서의 심의요청 내용 ‘다’ 항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부결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동시에 공익위원들은 매년 유사한 논의가 반복되고 공전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익위원 권고문은 최저임금 심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 통상 최임위의 의견은 심의 종료 뒤 발표되곤 했다. 심지어 이번 권고문은 최임위 명의가 아닌 공익위원 명의였다. 이 때문에 권고문 시점과 표현 등 의문이 잇따랐다.
◆“추진단 구성…노사 의견 수렴 전망”
권 위원장은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이 적용받을 수 있는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공익위원들이 찬성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브리핑에서 “업종별 구분적용을 하라 마라는 아니”라며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위원은 제도개선의 책임을 고용노동부로 전가했다. 구체적으로 “하반기 노동부에 제도개선 추진단을 설치하고 최저임금 제도 적용대상, 결정기준 등 전반적으로 검토, 연구한 뒤 종합적 개선 방안을 마련, 그 결과가 차기 최저임금 심의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준비해 줄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그러나 노동부 역시 최임위에 도급제 노동자도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 심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동부가 최임위에 요청한 사항을 최임위가 다시 노동부에 권고한 꼴이다.
권 위원장은 세부 안건은 노동부 내 권고를 설치한 제도개선 추진단 내에서 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노사 의견을 수렴해 (안건이) 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익위원 권고안은 자율적으로 모색해보라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권고안 발표 시점에 관해서는 “가장 적절하게는 해당 안건의 심의가 끝난 뒤 하는 게 좋았겠지만, 권고안 내용이나 방법에 대해서 지속해서 검토가 있었기에 오늘에서야 발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노동자도 최저임금제 적용받을까
최저임금 제도개선은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다. 여기에 공익위원들의 권고가 나와 제도 손질은 더 힘을 받을 전망이다. 노동부는 권고안을 받아들 하반기 ‘최저임금 제도개선 추진단’(가칭)을 꾸린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이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특수고용노동자·플랫폼·프리랜서에 대한 최저보수제 마련도 국정과제로 포함된 상태다.
노동부는 5월 ‘플랫폼 노동 실태조사 연구’ 연구용역을 공고했다. 노동부는 “기술 발전과 노동시장 유연화 영향으로 전통적인 임금근로자나 자영업자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노동자가 지속해서 증가하나 보호 체계는 부재한 상황”이라며 연구의 필요성을 밝혔다.
국제적 추세와 법원 판결도 힘을 싣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을 채택했다. 이달 3일에는 플랫폼 노동자인 배달 라이더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서울고법의 판단이 나왔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최임위는 사실 실태조사 등 할 수 있는 권한이 아무것도 없다”며 “플랫폼 노동자도 노동자라고 하는 판결이 나온 마당에 책임은 결국 정부로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이 문제에 책임 있는 대안 제시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