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600년 전 같은 조상’ 36촌의 아들에 왕위 승계 자격 부여…日의회 개정안 통과

‘남자아이’가 귀한 일본 왕족이 후계를 위해 옛 왕가의 남성을 양자로 들일 수 있도록 한 ‘황실전범’ 개정안이 17일 일본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다만 일본 왕실의 양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옛 왕족의 남계 남성은 현 나루히토 일왕과 36∼38촌 관계로, 사실상 ‘남남’이라는 지적이 따라오고 있다.

 

일본 국회 참의원(상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황실전범 개정안 등을 통과 시켰다. 황실전범 개정안에는 일본 왕실에 양자로 들어온 옛 왕족의 남계 남성의 경우 왕위 계승 자격을 갖지 못하지만, 그 양자에게 남자아이가 태어날 경우 왕위 계승 자격을 갖는다는 규정이 들어갔다. 아울러 왕실 여성이 결혼 뒤에도 왕족 신분을 갖도록 개정됐다.

 

일본 황실전범이 부칙이 아닌 본칙이 개정된 것은 1949년 이후 처음이다.

 

남계 남성의 아들이 왕위 계승 자격을 갖는다는 규정은 당초 의회 합의안에는 없는 내용이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현재 나루히토 일왕의 자녀는 딸 1명으로 아들이 없다. 나루히토 일왕의 남동생이자 현재 계승서열 1위인 후미히토 왕세제는 아들인 히사히토(계승서열 2위)가 있다. 하지만 히사히토가 아들을 갖지 못한다면 일왕 남계는 끊기게 된다. 

 

하지만 일본 왕실의 양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옛 왕족의 남계 남성은 현 나루히토 일왕과 36∼38촌 관계로 약 600년 전의 조상을 공유한다. 사실상 ‘남남’이라는 지적이다.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은 현 나루히토 일왕의 딸인 아이코 공주가 일본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정치권이 남계 남성 승계 원칙만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인 입헌민주당, 공산당 등은 참의원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일본 역사상 여성 왕이 없던 것은 아니다. 일왕을 지낸 여성은 스이코 일왕, 고교쿠·사이메이 일왕, 지토 일왕, 겐메이 일왕, 겐쇼 일왕, 고켄·쇼토쿠 일왕, 메이쇼 일왕, 고사쿠라마치 일왕으로 10대 8명이다.

 

나루히토 일왕도 최근 공개 석상에서 “국민의 이해를 얻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일왕 승계에 관한 정치권 움직임에 우회적으로 비판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일본 참의원 본회의를 통과한 국기손괴죄 법안은 일본 국기라고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일정한 형태를 가진 물체를 현저한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훼손하거나 더럽히는 행위에 대해 2년 이하의 구금형 또는 20만엔(약 182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은 일본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이날 참의원 본회의에서는 피고인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후 무죄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을 때 다시 재판을 청구하는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한 검찰의 불복 신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