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조선협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미국 군함을 외국에서 건조할 수 없게 한 번스-톨레프슨법 등 법적인 장애물과 함께 노동조합의 반발, 지역정치, 공급망 구축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는 주장이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재건과 관련해 한국 기업의 역할을 언급한 가운데, 조선협력이 정치적 구호에서 벗어나 실제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해결돼야 할 과제를 짚은 것이다.
◆“지역구 정치가 걸림돌”
16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랜드(RAND)연구소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워싱턴에서 공동 개최한 ‘한미 조선 및 해양혁신 파트너십’ 포럼에 참석한 민주당 소속 아미 베라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한·미 조선협력을 가로막는 요인과 관련 의원들의 지역구 관련 이해 관계를 들었다. 그는 “제 지역구인 새크라멘토에는 조선소가 없기 때문에 저는 보다 큰 그림을 보고, 미국이 필요한 선박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제가 코네티컷이나 버지니아 일부 지역(조선산업이 있는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이라면 훨씬 더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번스-톨레프슨법으로 해군 함정의 국외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국 등 외국에서 해군 함정을 건조하려면 법을 개정하거나 국가 안보 목적에 의한 대통령의 행정 권한 활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선소가 있는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들은 지역구의 이해 관계를 먼저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법 개정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지역구에 조선소를 둔 의원들은 한·미 조선협력을 위한 장벽을 높이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 하원에서 논의 중인 ‘골든 수정안’으로, 이 법은 메인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속 재러드 골든 하원의원이 발의했다. 2027회계연도 해군 예산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전투함 계약에 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베라 의원은 “더 복잡한 문제는 노동조합”이라고도 짚었다. 그는 “제가 만약 코네티컷 지역구 의원이었다면, 그곳에는 (재너럴다이내믹스) 일렉트릭보트(미국의 군함 조선소로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가 있기 때문에 상황이 더 복잡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지역구의 노동조합과 일자리 문제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등과의 조선협력에 반발하기 쉽다는 뜻이다.
베라 의원은 수출통제 등도 언급했다. 그는 “만약 대통령이 한국과 함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의지가 진지하다면, 우리는 (수출통제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의회에서 그런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공급망 구축해야”…비자도 거론
일각에선 한국 기업이 미국 조선업에 투자할 때 미국 공급망 기업들이 이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한국 부품을 수입하는 것 등에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바 있다. 이 역시 조선협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 USA 최고경영자(CEO)는 패널토론 질의응답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초기 몇 차례의 사업에서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직접 부품을 공급한다면 매우 좋은 일”이라면서도 “어떤 방식이든 공급망도 결국 미국에서 구축돼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의 공급망을 전적으로 활용하기보단 장기적으로는 한국 공급망 기업들이 미국으로 진출하거나, 미국 공급망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결국 미국 내에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조선소와 마찬가지로 이것이 한국 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비자 문제도 다시 거론됐다. 베라 의원은 한국의 대미 투자가 이뤄지려면 한국 엔지니어와 숙련공이 미국에 들어와 조선소를 건설하고 미국 노동자를 훈련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비자 문제를 짚었다. 그는 지난해 9월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에서 벌어진 한국인 근로자 단속 사태를 두고 “우리에게 부끄러운 일이었고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앤드루 홍 HD현대USA 사장 역시 “조지아 사태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고 우려가 존재한다”며 비자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인 베라 의원은 여러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미국 조선업 재건과 한·미 조선협력이 초당적 과제인 것도 강조했다. 전날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공화당 소속 데이브 매코믹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주최로 열린 ‘펜실베이니아 국방 및 혁신 정상회의’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 뿐만 아니라 민주당 소속이자 차기 대선 주자 중 한명인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도 참석해 조선업 재건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언급한 바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사에 참석해 미국 해군력 증강과 관련해 “우리는 아마 한국 등 해외 기업들 몇몇을 살펴보게 될 것”이라며 “지역 밖에서 만들어진 일부 선박도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