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남정훈 기자] “인대 교체하고 얼마 안 던졌으니 쌩쌩한 것 같던데요?”
KIA와 SSG의 2026 KBO리그 맞대결이 펼쳐진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만난 KIA 이범호 감독이 ‘좌완 파이어볼러’ 이의리(24)에 대해 남긴 말이다.
이의리는 지난 16일 SSG와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0-6으로 끌려가던 8회말 등판해 1이닝 동안 13구를 던져 1피안타 무4사구 무실점으로 투구를 마쳤다. 슬라이더 1개만 빼면 12구를 포심으로 던진 이의리의 최고 구속은 154km를 찍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21년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이의리는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모았다. 데뷔 시즌에 4승5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고, 2~3년차 시즌에 10승10패 3.86, 11승7패 3.96을 기록하며 수준급 선발투수로 도약했다.
그러나 150km를 훌쩍 넘기는 포심의 위력에 비해 고질병인 제구 불안은 계속 됐고, 이후부터는 성장세가 정체되는 모습이다. 2024시즌엔 단 4경기만 소화한 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7월 복귀했지만, 제구 불안은 여전했다. 지난해 성적은 10경기 1승4패 평균자책점 7.94. 39.2이닝을 던지는 동안 내준 볼넷은 31개에 달했다.
올 시즌에도 비슷한 모습이다. 포심 최고 구속은 155km를 넘기는 모습이지만, 이닝당 1개에 육박하는 볼넷으로 인해 제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없었다. 결국 지난 6월 일본 치바현의 ‘넥스트 베이스 애슬레틱랩’으로 단기 유학을 떠났다가 돌아왔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1군에 콜업된 이의리는 승패가 이미 갈린 부담없는 상황에서 등판해 4사구 없이 무실점 피칭을 통해 다소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 감독은 이의리 얘기가 나오자 “공 좋던데요?”라고 되물은 뒤 “본인도 선발에서 길게 던질 때보다 불펜에서 짧게 던질 때 볼넷에 대한 두려움이 덜하다고 하더라고요. 불펜으로 나올 땐 볼넷 1~2개 내주면 바꾸면 되니까. 그래서 그런지 자신감이 더 생긴 것 같더라. 우선은 어제처럼 승패가 갈린 상황 등 부담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려서 자신감을 올려주려고 한다”고 기용법을 설명했다.
최고 구속이 154km까지 나온 것에 대해 이 감독은 “인대를 교체하고 많이 던지지 않았으니 쌩쌩한 것 같더라”라고 농담을 던진 뒤 “결국 의리를 살려 써야 한다. 그래야 우리 팀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 기사도 잘 좀 써주세요. 애가 흔들리지 않도록...”이라고 말했다.
불펜에서 안정된 공을 던져준다면 이의리의 역할은 달라질 수 있다. 이 감독은 “1이닝이 되겠다 싶으면 앞쪽에 쓰고 그게 부담스럽다고 하면 롱맨으로 3이닝씩 던지게 할 것”이라며 “우선은 마운드에서 감을 좀 찾는다면 선발진에 문제가 생기거나 할 때 선발로 쓸 수도 있다. 우선 유동성 있게 바라보고 의리 본인에게 가장 나은 방향으로 살려쓰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 감독은 이의리가 결국 선발투수 역할을 해주는 게 베스트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역시 제일 좋은 건 선발로 던져주는 것이다. 아깝지 않나. 155㎞를 던질 수 있는, 그것도 100구까지 아무 무리 없이 던질 수 있는 투수를 1이닝 정도로 쓰는 건 팀의 미래에도 좋지 않다”라면서 “경험이 없다면 모를까 이미 10승도 해본 선발투수다. 우선 감만 잡으면 좋아질 것이라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17일에도 이의리는 마운드에 올렸다. 경기 전 이 감독은 “시라카와가 4이닝 정도 던지고 내려온다고 하면 뒤에 붙일 예정”이라고 했고, 이 감독의 예측대로 시라카와가 5-3로 앞선 4회 2사에서 정준재에게 볼넷을 내주자 이 감독은 이의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상대가 좌타자 박성한임을 고려한 기용. 이의리는 직구로 파울,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빠르게 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들었고, 곧바로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솎아내며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의리는 선두타자 고명준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떨어지는 140km짜리 고속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냈다. 이어 전의산도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낸 이의리는 김재환을 3루 플라이로 처리하며 1.1이닝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이날 투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