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은 감싸고, 한동훈은 내친 안철수…野 잠룡 신경전 ‘꿈틀’

안철수, 吳 국무회의 발언 제지에 “서울시장 병풍인가” 적극 엄호
韓 향해서는 “국민의힘 얼씬도 말라” 복당 공개 반대
집회 현장 첫 방문…범보수 주도권 경쟁 포석 해석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보수권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향해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오 시장을 두고는 “천만 서울시민의 대표가 병풍인가”라며 적극 엄호한 반면, 한 의원에게는 “국민의힘에 얼씬도 하지 말라”며 복당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선을 긋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범보수 진영의 권력 지형 재편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차기 주도권을 둘러싼 잠룡들의 정치적 수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와 4·5선 의원 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오 시장이 병풍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천만 서울시민께 사과하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한성숙 국무총리가 지난 14일 열린 제30회 국무회의에서 오 시장의 부동산 관련 발언을 제지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오 시장은 국무회의 부동산 정책 관련 토론이 진행되던 당시 “총리님, 서울시장 말씀 좀 드려도 될까요”라며 발언 기회를 요청했지만, 한 총리는 “이 건(부동산)은 국민 대토론회가 있으니 넘기면 좋겠다”며 “시장님 주실 것은 서류로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통령도 오 시장에게 서울시의 재건축·재개발 및 공급 현황에 대한 보고서 제출을 지시했지만 별도의 발언 기회는 주지 않았다.  

 

안 의원은 “부동산 민심을 듣겠다며 국민 의견 수렴을 안건으로 올려놓고, 정작 부동산 문제의 최전선에 선 서울시장의 입은 막았다”며 “이렇게 서울시장의 육성도 서류로 후려치는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는 어떻게 듣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지지했던 정원오 후보의 낙선에 대한 보복인가”라며 “이 대통령은 천만 서울시민께 사과하고 국무회의로 가장한 연극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시장을 엄호한 것과 달리, 안 의원과 한 의원의 관계는 사실상 ‘절연’ 수순으로 치닫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을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며 “한 의원은 우리 당에 얼씬도 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혹시 창당을 생각하고 있다면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갈등은 추경호 대구시장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에서 나온 안 의원의 증언을 계기로 불거졌다. 안 의원은 지난 8일 법정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먼저 당사로 모이라고 지시한 사람이 한동훈 당시 대표였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무소속 한동훈 의원. 뉴시스

한 의원은 해당 증언에 대해 “객관적 사실관계는 당시 실시간으로 있었던 메시지들, SNS, 언론사 촬영으로 이미 확정돼 있다”며 안 의원이 선후 관계를 뒤집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사실을 사실대로 말한 증언을 허위로 둔갑시키는 것이야말로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이자 명예훼손”이라고 맞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을 적극 엄호하면서 한 의원과는 정면으로 대립하는 안 의원의 행보를 두고, 지방선거 이후 재편되는 범보수 진영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동안 안 의원은 높은 대중 인지도와 중도층 소구력을 갖췄지만, 당내 영남권 주류 의원들과 전통 보수층의 지지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24년 6월 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당시 외교통일위원장 자리를 놓고 같은 당 김석기 의원과 맞붙어 ‘70표 대 25표’의 큰 차이로 패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안 의원의 이번 행보를 두고 ‘한동훈 포비아’를 가진 당내 주류 의원들과 강성 당원을 겨냥해 당내 기반 확대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도 확장성을 강점으로 가진 안 의원이 전통 보수층과 강성 당원으로 지지 기반을 넓히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 의원은 17일 처음으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 앞에서 열린 집회 현장을 찾았다. 안 의원은 “제헌절은 헌법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국가의 약속임을 되새기는 날”이라며 “국민의 참정권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을 바로 세우는 일에는 어떠한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안 의원 측은 “제헌절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일정”이라며 “거기서 나오는 정치적인 발언을 염두에 두진 않았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실제로 안 의원은 이날 오후 올림픽공원을 찾은 장동혁 대표와는 별도로 일정을 소화했다. 다만 집회 현장을 직접 방문한 것 자체가 강성 보수 지지층과의 접점을 고려한 행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