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모함한 블로거, 이번엔 푸틴 헐뜯었다가 체포돼 [이 사람@World]

러시아 변호사 겸 블로거 일리야 레메슬로
과거 푸틴 지지… 나발니 투옥에 크게 기여
갑자기 反푸틴 기울더니 “감옥 가야” 주장
‘검열법’에 따라 최장 10년 징역 선고 가능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2024년 사망)를 모함해 감옥으로 보내는 일조했던 유명 블로거가 이번에는 블라디비르 푸틴 대통령을 비방한 혐의로 체포됐다. 푸틴 정권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하며 만든 법률에 따라 그는 재판이 시작되면 최장 1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러시아 군대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17일(현지시간) 체포된 유명 블로거 일리야 레메슬로가 구금돼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블로거로 활동 중인 변호사 일리야 레메슬로(42)가 이날 전격 체포됐다. 그의 변호인 세르게이 바담신은 언론에 “러시아 검찰이 레메슬로에게 적용한 혐의는 러시아 군대에 관한 가짜 정보를 퍼뜨렸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흔히 ‘검열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률은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푸틴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레메슬로는 구속 상태로 2개월을 보낸 뒤 정식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AFP는 최대 10년의 징역형 선고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그의 형사처벌은 예고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약 9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레메슬로는 지난 3월 느닷없이 ‘내가 푸틴 지지를 철회한 5가지 이유’라는 양심선언문을 SNS에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목해 “푸틴이 수백만명의 목숨을 뻬앗고 경제를 파탄 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푸틴의 사임과 재판 회부를 촉구했다.

 

레메슬로는 그 직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옛 공산주의 소련 시절의 이른바 ‘강제 입원’을 떠올리게 하는 해프닝이었다.

 

그런데 레메슬로는 16일 SNS 글에서 “푸틴이 올가을 수갑을 차고 끌려갈 것”이라며 “지금 푸틴의 상황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로부터 불과 하루만에 체포돼 구금을 당하는 신세가 된 셈이다.

러시아 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1976∼2024).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의해 징역 19년형을 선고 받고 시베리아의 형무소에서 복역하던 중 의문사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눈길을 끄는 것은 레메슬로가 지난 3월 푸틴 지지 철회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열렬한 푸틴 지지자였다는 점이다. 그는 크레믈궁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야권 지도자 나발니 공격에 앞장섰다. SNS에 나발니를 비난하는 게시물을 연속적으로 올리는가 하면 2021년 나발니가 재판에 넘겨진 뒤로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나발니에 불리한 증언을 늘어놓았다.

 

결국 나발니는 징역 19년 중형이 확정돼 시베리아의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그리고 수감 생활 도중인 2024년 2월 4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러시아 당국은 “돌연사”라고 발표했으나, 서방은 그가 독극물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본다. 아무튼 푸틴과 크레믈궁 입장에선 정적 제거에 큰 도움을 준 레메슬로에게 고마움을 느꼈을 법하다.

 

푸틴에게 등을 돌린 후 레메슬로는 나발니를 모함한 자신의 과거 언행에 대해 후회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러시아 방송인과의 인터뷰에서 레메슬로는 나발니의 비극적 운명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을 느낀다”며 “그처럼 슬픈 최후를 맞이해야 마땅한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