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에서 내가 베팅한 1만원은 어디로 흘러갈까.
마권을 구매하는 순간 내 손을 떠난 1만원은 한곳으로 모이지 않는다. 일부는 적중한 고객에게 다시 돌아가고, 일부는 세금으로 납부되며, 일부는 경마 운영과 말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쓰인다.
많은 사람들이 마권 구매금 대부분이 한국마사회의 수익으로 남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돈의 흐름은 다르다. 1만원은 환급금과 세금, 경마 시행 비용, 공익 목적 등 여러 곳으로 배분된다.
한국마사회가 공개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환급률과 경마 시행 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1만원의 이동 경로를 숫자로 따라가 봤다.
한국마사회 보고서 기준으로 1만원의 베팅금을 환산하면 환급률은 약 73%다. 베팅금 1만원 가운데 약 7300원은 적중 고객에게 환급된다. 남은 2700원 중 약 1600원은 레저세 등 각종 제세금으로 납부되고, 약 1100원은 경마 시행에 필요한 비용으로 활용된다. 이 가운데 경주 시행과 상금 지급, 시설 유지·보수, 안전관리 등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한 일부가 이익금으로 집계된다.
7300원이 다시 고객에게 돌아가는 것은 국내 경마가 ‘패리뮤추얼(pari-mutuel)’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패리뮤추얼’ 방식은 고객들이 구매한 마권 대금을 하나로 모은 뒤 일정 비율을 제외하고 적중자에게 다시 나누는 방식이다. 마사회가 배당률을 미리 정해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베팅 금액과 적중 마권 수에 따라 환급 규모가 결정된다.
환급금을 제외한 2700원 가운데 가장 큰 몫은 세금이다. 약 1600원이 레저세와 지방교육세 등 각종 제세금으로 납부되며, 비율로는 약 60%에 해당한다. 이렇게 걷힌 세금은 지방재정 확충과 공공 목적 사업 등에 쓰인다.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경마 산업을 움직이는 기반이 된다. 이 가운데 경마 시행을 위해 남는 약 1100원 중 700원은 경주 시행과 우승 상금 지급, 시설 유지·보수, 안전관리 등에 투입된다. 이는 생산농가와 육성·조련업, 수의 관리 등 말산업 생태계 전체를 유지하는 데도 쓰인다.
실제로 2025년 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말산업 종사자는 1만3783명이다. 이 가운데 8124명은 경마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5659명은 승마와 생산, 유통 등 비경마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체 종사자의 약 59%가 경마 분야에서 일하는 셈이다.
이익금 역시 전액 한국마사회 내부에 남는 구조는 아니다. 일정 부분은 법에 따라 공익 목적 재원으로 환원된다. 한국마사회는 경마를 통해 발생한 이익금의 70%를 축산발전기금으로 출연하고 있다. 1만원의 베팅금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경마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금 규모는 약 400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약 280원은 축산발전기금으로, 나머지 약 120원은 사내유보금으로 적립된다.
지난해 축산발전기금 출연액은 1188억원이었으며, 누적 출연 규모는 3조3000억원에 이른다. 축산발전기금은 축산 경쟁력 강화와 산업 기반 조성 등 공익 목적 사업에 사용된다.
다만 이러한 자금 시스템이 경마를 둘러싼 모든 논란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경마는 사행산업이라는 특성상 이용자 보호와 도박 중독 예방, 장외발매소를 둘러싼 지역사회 갈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는 이유도 이러한 사회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돈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과 사행산업의 사회적 책임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이 낸 1만원은 한국마사회의 수익으로 곧바로 귀속되지 않는다. 환급금과 세금, 경마 운영비, 공익 재원으로 나뉘어 사회 곳곳으로 흘러간다. ‘1만원의 여정’은 우리가 몰랐던 베팅금의 숨은 행선지를 보여주는 숫자 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