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폭락하자 더 샀다고?”
투자 앱 화면은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었지만 매수세는 꺾이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한 달 새 20% 안팎 떨어지는 동안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단일종목 상장지수펀드(ETF)에는 7조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대표 레버리지 상품은 최대 48% 넘게 급락했다. 개인투자자는 오히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14종을 5조850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도체 대형주가 결국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낙폭이 커질수록 거센 ‘물타기’로 이어진 것이다.
집계 기준은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전체 자금 순유입액 7조3364억원에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 2종도 포함됐다. 설정·환매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ETF 자금 순유입액과 투자자들이 거래소에서 실제로 사고판 순매수액 역시 서로 다른 통계다.
◆7조3364억원 전부 ‘상승 2배 베팅’ 아니다
한국거래소와 ETF CHECK에 따르면 6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에 총 7조3364억원이 순유입됐다.
가장 많은 돈을 끌어모은 상품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다. 순유입액은 3조4472억원으로 국내 상장 ETF 가운데 가장 많았다.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에는 1조5083억원이 들어왔다.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는 1조4271억원,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에는 6938억원이 각각 유입됐다. 상위 4개 상품에만 7조764억원이 몰렸다.
전체 순유입액 7조3364억원은 레버리지 ETF 14종과 인버스 ETF 2종을 합산한 수치다. 따라서 이를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에 2배로 베팅한 자금으로 해석하면 실제 규모보다 부풀려질 수 있다.
자금 순유입액은 ETF 설정·환매에 따른 발행좌수 변화를 토대로 추산한다. 투자 주체별로 거래소에서 실제 사고판 금액을 집계한 순매수액과는 산출 기준이 다르다.
◆삼성전자 24% 내릴 때 레버리지는 48% 급락
돈이 몰린 방향과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6월 16일부터 7월 16일까지 삼성전자는 24.33%, SK하이닉스는 19.49% 하락했다.
같은 기간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48.44%,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45.60% 떨어졌다. 본주 하락 폭의 두 배를 웃도는 손실이 난 상품도 있었다.
자금 순유입액은 7월 15일까지, 주가와 ETF 수익률은 16일까지 집계한 수치다. 종료일이 하루 차이 나기 때문에 완전히 동일한 기간의 통계는 아니다.
상품 가격이 45~48% 하락했다고 해서 투자자 모두가 같은 손실을 봤다는 의미도 아니다. 실제 수익률은 매수 시점과 매입 단가, 추가 매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레버리지 ETF는 한 달이나 1년 수익률의 정확히 두 배를 보장하지 않는다.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돼 매일 기준가격이 새로 계산된다.
기초자산이 10% 하락한 뒤 다음 날 10% 반등하면 가격은 100에서 90으로 떨어졌다가 99가 된다. 손실률은 1%다. 이를 매일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은 100에서 80으로 떨어진 뒤 96이 돼 손실률이 4%로 커진다. 급등락이 반복될수록 레버리지 상품의 누적 수익률이 기초자산 수익률의 단순한 두 배와 멀어지는 이유다.
◆개인 5조8505억원 샀는데 기관은 7조4384억원 팔았다
장내 매매에서는 개인투자자의 반등 베팅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개인은 한 달 동안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7종을 4조2386억원,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7종을 1조6119억원 순매수했다. 두 종목 관련 레버리지 상품 14종의 개인 순매수액은 총 5조8505억원이다.
외국인도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을 8595억원, 삼성전자 레버리지 상품을 7242억원 순매수했다. 합계는 1조5837억원이다.
기관은 반대편에 섰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을 5조1713억원, 삼성전자 레버리지 상품을 2조2671억원 순매도했다. 전체 순매도액은 7조4384억원에 달했다.
개인과 기관의 매매 방향이 엇갈렸다고 어느 한쪽의 판단이 맞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관 순매매에는 유동성공급자와 지정참가자의 ETF 설정·환매, 헤지 거래 등이 섞여 있다. 순매수액만으로 투자 주체별 최종 손익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8월 5일쯤 예탁금 3000만원…19일쯤부터 현금만 인정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은 지난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기본예탁금과 사전교육, 매매 단위를 강화해 과열 거래를 누그러뜨리겠다는 취지다.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은 8월 5일쯤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오른다. 기존 투자자도 상품을 신규 또는 추가 매수하려면 강화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예탁금으로 인정되던 주식과 채권, 일반 ETF 등 대용증권은 8월 19일쯤부터 제외된다. 이후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새로 사거나 추가 매수할 때 현금 3000만원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예탁금 상향과 대용증권 제외는 같은 날 시행되지 않는다. 기존에 보유한 상품을 그대로 들고 있거나 매도하는 행위까지 막는 조치도 아니다.
국내 증권사를 통해 거래하는 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국내 상품만 규제할 경우 해외 상품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매매 단위는 11월부터 현행 1좌에서 20좌로 확대될 예정이다. 20좌는 잠정 수량으로, 증권사별 전산 개발을 거쳐 시행된다.
사전교육은 8월 중 기존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어난다. 단일종목 인버스와 커버드콜을 포함한 신규 상품 상장은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잠정 중단된다. 기존 상품에 대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광고·이벤트성 마케팅은 발표 당일부터 금지됐다.
◆시총 11조9000억원…예탁금 규제 과열 식힐까
금융당국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6종의 시가총액은 상장 첫날인 5월 27일 4조4000억원에서 7월 15일 11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하루 거래대금도 같은 기간 10조4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늘었다.
시가총액이 한 달 반 만에 7조5000억원 증가했다고 해서 같은 금액의 투자금이 새로 들어왔다는 뜻은 아니다. ETF 시가총액은 설정과 환매뿐 아니라 기초자산 가격과 상품 수익률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탁금 규제가 시행되면 소액 투자자의 신규 진입과 단기매매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현금 3000만원을 유지해야 하는 데다 11월부터 최소 주문 수량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 들어온 자금까지 곧바로 빠져나갈지는 별개의 문제다. 규제 효과는 시행 이후 투자 계좌 수와 거래대금, ETF 설정·환매 규모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 달 새 20% 안팎 하락하고 대표 레버리지 상품도 반토막 가까이 급락했지만, 개인은 오히려 5조850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오는 8월 기본예탁금이 3000만원으로 오르면 거세게 이어진 ‘삼전닉스’ 반등 베팅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