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자신의 악단과 함께 내한하는 파보 예르비

마에스트로 파보 예르비가 자신이 창단한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4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에 오른다. 2022년 이 악단의 첫 내한 이후 두 번째다.

 

20일 기획사 빈체로에 따르면 공연은 10월 18일 아트센터인천과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며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한다.

 

마에스트로 파보 예르비. 빈체로 제공

파보 예르비는 ‘지휘 명가’로 불리는 예르비 가문의 맏아들이다. 1962년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태어나 타악기와 지휘를 공부했다. 에스토니아가 소련에 속해 있던 1980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뒤 커티스음악원 등에서 수학하며 레너드 번스타인에게 지휘를 배웠다. 신시내티 심포니·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파리 오케스트라·일본 NHK 심포니 등 세계 주요 악단을 이끌었다. 한 악단과 오랫동안 호흡하며 고유한 소리를 빚어내는 ‘오케스트라 빌더’로 평가받는다. 현재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브레멘 예술감독을 맡고 있으며 2028∼2029시즌부터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겸 예술고문으로 활동한다.

 

그가 2011년 창단한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에스토니아를 대표하는 여름 음악 축제인 ‘패르누 뮤직 페스티벌’의 상주 악단이다. 에스토니아 출신 연주자와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을 예르비가 직접 선발해 축제를 중심으로 모으는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다.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지닌 정상급 연주자들이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호흡하며 만들어내는 생동감과 응집력이 이 악단의 특징이다. 2018년 첫 유럽 순회공연을 시작으로 활동 무대를 넓혔으며 에스토니아 작곡가들의 작품을 주요 레퍼토리와 음반에 꾸준히 담아왔다.

 

에스토니아의 지정학적·문화적 배경은 악단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발트 3국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자리한 에스토니아는 동쪽으로 러시아, 남쪽으로 라트비아와 국경을 맞댄다. 북쪽으로는 바다 건너 핀란드를 마주한다. 독일·스웨덴·러시아 세력의 지배를 거쳐 1940년 소련에 강제 병합됐다가 1991년 독립을 회복했다. 발트와 북유럽의 문화적 뿌리 위에 독일과 러시아의 역사적 영향이 겹쳐 있는 곳이다.

 

두 공연의 1부는 같은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에스토니아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예르비의 오랜 음악적 동반자인 에르키스벤 튀르의 ‘패션·일루전’으로 문을 연다. 튀르가 1993∼1994년 쓴 현악 오케스트라 3부작 ‘액션-패션-일루전’ 가운데 뒤의 두 곡을 연주하는 것으로 국내 초연이다. 저음 현악기의 느린 선율이 점차 밀도와 긴장을 높이는 ‘패션’과 끊어지는 오스티나토와 리듬의 착시를 활용한 ‘일루전’이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이어 클라라 주미 강이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18일 아트센터인천 공연 2부에서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이 이어진다. 협주곡과 교향곡을 한 무대에 배치해 예르비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깊이와 구조미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구성이다.

 

20일 예술의전당 공연 2부에서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핀란드 정부가 시벨리우스의 50세 생일을 기념해 위촉한 작품이다. 비상하는 백조 떼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 장대한 호른 주제와 여섯 차례의 단호한 화음으로 끝나는 종악장이 유명하다. 핀란드만을 사이에 두고 에스토니아와 마주한 북유럽 작곡가의 대표작이라는 점에서도 악단의 정체성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선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