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뷰티업계에서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둘러싼 연구개발(R&D)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축적된 미생물 연구 성과를 화장품에 접목해 차별화된 기능성 소재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독자 균주 확보와 신소재 발굴, 맞춤형 피부 솔루션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하며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은 피부에 공존하는 미생물과 그 생태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피부 장벽 유지와 면역 반응 조절, 피부 노화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관련 성분을 화장품에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피부 미생물과 피부 장벽, 피부 노화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고 이를 기능성 소재 개발로 연결하려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해 독자 소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피부 마이크로바이옴과 피부 표면 대사체를 통합 분석해 젊고 건강한 피부 환경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대사물질인 ‘페닐락트산(PLA)’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PLA가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고 분해 효소 활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으며, 피부 미생물이 생성하는 대사물질이 피부 노화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회사는 해당 연구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피부 진단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기능성 소재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애경산업은 차병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이 피부 장벽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SCI급 국제학술지 ‘Annals of Dermatology’에 게재했다.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3차원(3D) 인공피부 모델을 활용해 주요 피부 상재균이 피부 장벽 단백질 발현과 지질 합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피부 장벽 항상성 유지 기전을 규명했다. 회사는 연구 결과를 마이크로바이옴 소재 발굴과 차세대 스킨케어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관련 제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우먼 웰니스 브랜드 라엘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스킨케어 신제품 ‘글루타바이옴 멜라이트 오일 인 폼 클렌저’와 ‘글루타바이옴 트리플 멜라 샷 토닝 마스크’를 선보였다. 회사 측은 아기 피부의 유익균에서 착안해 개발한 독자 마이크로바이옴 처방 ‘퍼스트바이옴’에 글루타치온을 결합한 ‘글루타바이옴’ 성분을 두 제품에 공통 적용했다고 밝혔다.
지놈앤컴퍼니의 화장품 브랜드 ‘유이크’도 관련 제품군 확대에 나섰다. 유이크는 특허 성분인 ‘릴리프바이옴’과 3중 히알루론산을 적용한 ‘바이옴 레미디 워터프루프 선크림’을 출시했다. 자외선 차단은 물론 피부 진정과 보습 기능까지 함께 구현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적용 범위를 선케어 제품으로 넓혔다.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기업들도 관련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스맥스는 피부 유래 미생물을 활용한 기능성 원료와 포스트바이오틱스 소재를 개발하며 고객사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피부 미생물 분석 기술과 개인 맞춤형 화장품 플랫폼을 연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한국콜마 역시 피부 미생물 기반 원료 개발과 피부 장벽 강화에 초점을 맞춘 차세대 소재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적용한 기능성 화장품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다양한 고객사의 제품 개발에도 관련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브랜드 라보레브와 협업해 ‘피치 마이크로바이옴 스킨케어 2종’을 선보였다. 제품에는 복숭아 유래 균주인 ‘피치바이옴028’을 적용했으며, 콜라겐 생성과 피부 세포 성장 촉진에 초점을 맞췄다. 회사는 이를 계기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고기능성 스킨케어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피부 장벽 관리와 민감성 피부 케어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 데다 기능성 화장품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독자 균주와 특허 소재,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을 중심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