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한방병원이라고 일컬어지는 모 한방병원에 대해, 서울경찰청이 압수수색에 들어가면서 강제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환자들의 개별적인 증상이나 투약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교통사고를 당해 아프다고 주장하는 모든 환자에게 공장식 제조 한약을 대량 처방해서 보험금 수백억 원을 부당 청구했다는 혐의인데, 국내 메이저 4개 보험사가 공동으로 고소를 제기한 겁니다. 병원 측은 절대 일괄 제조나 투약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사실이 무엇인지는 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우리 사회의 고질병 중 하나인 의료보험 사기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수사는 중대한 의의가 있습니다.
검사로 일하던 시절, 의료보험 사기 사건 기록을 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날 때가 많았습니다. 허위 입원 분석 기록을 보면,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습니다. 90일 장기 입원 환자인데 카드 사용 내역을 떼어 보면 무슨 록 페스티벌에 다녀오질 않나,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뛰고 오질 않나, 심지어 어떤 아주머니들은 일고여덟 명씩 그룹을 지어 기차를 타고 다슬기를 따러 다니기도 했는데, 그렇게 따온 다슬기로 병원 로비에서 맥주 파티를 벌이고는 했다니 기막힐 노릇입니다. 이렇듯 ‘교통사고가 나면 일단 뒷목 잡고 드러눕는 것’이 상식인 사회. ‘교통사고를 당했는데도 입원하지 않으면 바보 취급받는’ 사회, ‘나이롱환자’라는 유머러스한 단어가 있을 정도로 허위 입원과 과잉 치료가 당연시되었다는 것은, 결코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문제입니다.
금융감독원이 2026년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보험사기로 적발된 사기 금액은 무려 1조1571억원에 달하고, 적발 인원은 10만명이 넘습니다. 통원 치료를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수십 일씩 끊어가면서 입원을 반복하는 가짜 입원, 이제 그만 나가라고 하면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서 또 입원하는 순회 입원, 교통사고 합의금을 늘리려고 입원해 놓고 밤마다 주말마다 외출하는 고전적 수법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수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안과에서는 다초점 렌즈 삽입술을 받으면서 백내장으로 보험금을 청구하고, 산부인과에서는 요실금이나 질 성형수술을 하면서 자궁근종으로 하이푸 시술을 했다고 청구합니다. 비만 주사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처방해 놓고 초음파 치료를 했다면서 보험금 청구를 하는 병원들도 속속들이 적발되고 있습니다. 실태가 이렇다 보니 보험사에서도 특정 병명들에 대해 보험금을 신속하게 지급하는 것을 망설일 수밖에 없습니다.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보험사를 욕하고 볼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왜 이렇게 보험사기 건수가 많을까요? 외국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사기 공화국이어서? 한국인들이 영리해서? 보험 제도가 잘되어 있어서? 답은 이 중에는 없습니다. 실제로 보험사기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의뢰인들을 만나다 보면, ‘보험사기’라는 것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거나 약하다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사람들은 병원과 의사를 신뢰합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반드시 합법적일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렇기에 피부과에서, 성형외과에서, 가정의학과에서, “무슨 무슨 시술에 관심 있으세요? 실비 청구 가능하니까 공짜로 해 드릴게요”, “비염 수술 받으시는 김에 코 모양도 고치면 어떠세요? 전체 다 보험으로 커버돼요”라고 제안하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 사기 범행의 공범이 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한 채 말입니다. 불법인 줄 몰랐다는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오랜 법언처럼, 법의 무지(無知)는 용서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몰라선 안 됩니다. 알아야만 합니다. 무심코 부풀려서 청구한 보험금이 쌓이고 쌓여서 국가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말입니다. 보험사기는 곧바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급여 지급으로 이어지는데,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은 한 해에도 수천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국민 전체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가중하는 원인이 되어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병원이 사기 행각을 위해 불필요한 입원이나 과잉 검사를 일삼으면, 정작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의료진의 집중적인 케어를 받지 못하는 의료 자원의 왜곡 현상이 발생합니다. 입원할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 입원실과 병상을 차지하고 쓸데없는 도수치료를 받는 동안, 중증 환자들이나 응급 환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난다는 뜻입니다. ‘내 돈이 아니니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이 모여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갉아먹고 있는 셈입니다. 전세계적으로도 좋다고 손꼽히는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복지를 말입니다.
의료보험 사기는 결코 가벼운 범법 행위가 아니라, 심각한 범죄입니다. 호텔 호캉스가 아닌 호스피털 호캉스는 근절되어야 합니다. 건강보험 제도를 지키는 것은 곧 우리 이웃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일입니다. 법률적 제재를 넘어선 범국민적인 감시와 윤리의식의 회복이 동반될 때, 비로소 우리의 의료 안전망은 보다 견고하고 지속 가능하게 유지될 것입니다. 사기 사범들에게는 법의 엄중한 심판을, 우리 공동체에는 건강한 정의를 바로 세우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당장의 단속과 처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행위가 의료보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홍보 또한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심코 의료보험 사기범이 되어 있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서아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