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특수단, 전 광산서장 출국금지 조치·장윤기 첫 접견조사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 5월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의 초기 부실 수사 의혹이 경찰 지휘부 전체를 향한 전방위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20일 사건 당시 수사 지휘 라인 전원을 피의자로 전환하고 전 광산경찰서장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그러면서 윗선의 사건 축소 및 은폐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한편 장윤기에 대한 첫 접견조사도 진행했다.

 

◆ 전 광산서장 출국금지 및 수사 지휘 라인 전원 입건

 

앞서 특수단은 사건 발생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장이던 A 경무관과 형사과장 B 경정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주요 수사 자료를 숨기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구속된 수사팀장 C 경감에 이어 사건 처리를 지휘한 상층부 세 사람이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것이다.

 

특수단은 이날 전 광산서장 A 경무관에 대해서는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신청했으며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는 일선 수사팀장의 독단만으로 중대 살인 사건의 증거와 수사 자료를 은폐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수사팀장 C 경감에게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가 추가로 적용되었다.

 

◆ 강간살인 혐의 배제와 부당한 수사 지시 여부 집중 추궁

 

수사의 핵심 초점은 수사 지휘부가 사건 처리 전반의 의사결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특수단은 경찰이 결박 도구로 쓰일 수 있는 케이블타이와 주요 부위가 훼손된 리얼돌의 존재를 알고도 초기 압수수색에서 이를 확보하지 않은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피의자 장윤기에게 강간 등 살인 혐의 대신 형량이 낮은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한 배경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가 중점 규명 대상이다.

 

이를 위해 특수단은 구치소에 수감 중인 피의자 장윤기를 상대로 첫 접견 조사를 진행했다.

 

수사관들은 구치소를 직접 방문해 초기 경찰 조사 당시 담당 형사들의 수사 방식과 강간살인 혐의 배제 과정에서 수사팀의 부당한 조력이나 축소 시도가 있었는지 당시 정황을 다각도로 확인했다.

 

◆ 전 형사과장 영장실질심사 임박…검찰도 병행 수사 속도

 

사건 당시 수사 지휘 라인이었던 전 광산경찰서 형사과장 박모 경정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7월 2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박 경정의 구속 여부는 향후 수사 지휘부 상층부로 향하는 특별수사단의 수사 동력을 결정지을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경찰과 별도로 검찰 역시 지휘 라인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광산경찰서를 추가로 압수수색하며 A 경무관과 B 경정을 증거인멸 방조 혐의로 입건했고 B 경정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C 경감이 송치되어 수사 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지휘 라인의 개입 혐의를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 묻지마 범죄로 위장한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의 전말

 

피의자 장윤기(23)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귀가하던 17세 고교생 고 이채원 양을 흉기로 살해했다.

 

장윤기는 비명을 듣고 도우러 온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체포 직후 그는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다 홧김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찔렀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의 보완 수사 결과 이 사건은 철저히 계획된 범죄였다. 장윤기는 범행 이틀 전인 5월 3일 직장 동료였던 20대 베트남 여성의 집에 침입해 13시간 동안 감금하고 성폭행했다.

 

이 여성이 탈출해 신고하자 장윤기는 경찰의 경고 문자에도 30시간 동안 이 여성을 스토킹하며 찾아다녔다.

 

끝내 분노를 참지 못한 장윤기는 범행 대상을 무고한 이 양으로 바꿔 1.2km를 미행했다. 그는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세운 뒤 뒷좌석 문을 열어두고 이 양의 목을 졸라 제압해 차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으나, 이 양이 거세게 저항하자 흉기로 무참히 살해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는 경찰의 심각한 부실 수사와 유착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국가수사본부는 유구무언이라며 공식 사과하고, 해당 수사팀 전원을 업무에서 배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