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적자성 채무(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가 1000조원을 돌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만 해도 597조여원에 머물던 적자성 채무가 5년 만에 400조원 넘게 급증하는 것이다. 적자성 채무는 상환 시점에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해 대응자산이 있는 금융성 채무 대비 ‘질 나쁜’ 채무로 분류된다.
2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2025회계연도 총괄 분석’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지난 4월 확정된 1차 추경 기준 올해 말 적자성 채무를 1025조2000억원으로 계획했다. 이는 지난해 결산(925조7000억원) 대비 99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이다. 이로써 적자성 채무는 올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게 됐다. 반면 금융성 채무는 8조9000억원 늘 것으로 예정됐다. 지난해 결산 대비 국가채무 증가폭(108조3000억원) 중 91.9%가 적자성 채무라는 뜻이다. 외환·융자금 등 대응자산이 있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적자성 채무는 상환 시 조세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 이자지출을 늘려 재정 운용의 경직성을 심화시킨다.
연도별로 보면 적자성 채무(결산기준)는 2021년 597조5000억원에서 2025년 925조7000억원으로 연평균 11.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금융성 채무는 373조2000억원에서 378조8000억원으로 0.4% 늘었다. 증가율 기준 적자성 채무가 쌓이는 속도가 금융성 채무 대비 약 31배 빠른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적자성 채무 관리방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정부가 발표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올해 1차 추경안과 함께 제출된 ‘재정총량 관리방안’에는 ‘재정·경제 선순환을 통한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 등 추상적 원칙만 제시됐다.
특히 최근 정부가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예고한 가운데 채무 관리방안은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미래대응기금은 중기재정운용계획상 각 해당 연도의 세입전망을 초과하는 ‘추가세수’로 조성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주요 용처는 △청년세대 △성장동력 △지방 △인재 등 4대 분야가 제시됐다.
한국재정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반도체 호황으로 명목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크게 높아져서 부채 비율이 하향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적자의 절대 규모도 결코 얕잡아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시적일 수 있는 반도체 부분 세수 증가를 항구적인 것으로 간주해 107조여원 적자(1차 추경 관리재정수지)를 그대로 끌고 가는 건 옳지 않다”며 “추가세수를 적자 관리에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