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숨통 틔울 것”… ‘북부의 왕’ 버넘, 英 구원투수 될까

59대 英 총리 공식 취임

맨체스터 시장 때 북부민심 대변
노동당 지지율 회복 최대 과제로
“자성의 시간… 안정 되찾을 것”

에너지·주택 공공성 확대 예고
친기업·재산업화 등 정책 추진
스타머 외교 노선은 유지할 듯

영국 집권 노동당의 앤디 버넘 새 대표가 제59대 영국 총리로 20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맨체스터 시장으로 재직하며 영국 북부 노동자들을 적극 대변해 ‘북부의 왕’으로 불려온 버넘 신임 총리가 노동자 계층의 외면으로 지지율이 추락 중인 노동당 정부에 반전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키어 스타머 총리는 버킹엄궁에서 국가원수인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자신의 사임을 공식 보고했다. 이어 찰스 3세가 버넘 대표를 궁으로 초청해 정부 구성을 요청하는 공식 절차를 통해 2024년 7월 총선으로 집권한 노동당 정부의 두 번째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21세기 들어 노동당 소속 총리로는 토니 블레어(1997∼2007년), 고든 브라운(2007∼2010년), 스타머에 이어 네 번째다.

 

앤디 버넘 신임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버넘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취임 첫 연설에서 나섰다. 그는 “지금은 자성과 새로운 결의의 시간”이라며 “영국은 안정성을 되찾을 수 있단 걸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숨통을 트여주겠다. 실질적인 삶의 개선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교육 개혁과 정신건강 등 지원을 늘리고, 공공주택을 더 짓겠다”며 서민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비전도 제시했다. 버넘 총리는 “이들 정책이야말로 복지예산을 줄이고 재정 규칙을 준수하며 국제 파트너에게 한 국방 (증액) 약속을 지킬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면서 국제 경제와 외교·안보 상황의 변화에도 서민 정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취임연설은 자신과 노동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노동자 계층에게 강하게 어필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동당은 2024년 총선 압승으로 14년 만에 보수당과 정권 교체를 이뤄냈으나 이후 출범한 스타머 내각이 잦은 정책 철회와 국정 비전 부족, 인사 오판 등을 지적받으며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이다. 결국, 노동자 계층의 외면으로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까지 참패하자 스타머 총리가 지난달 사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맨체스터시 시장으로 북부 공업지역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어온 버넘 총리가 지난달 하원의원 보궐선거로 중앙정치무대에 복귀한 지 한 달 만에 노동당 정부의 ‘구원투수’로 등판하게 됐다. 버넘 총리는 지난 17일 노동당 특별 당대회에서 대표 경선에 단독 출마해 소속 하원의원 403명 중 379명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부인과 함께 취임 인사 앤디 버넘 신임 영국 총리(왼쪽)가 20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의 정부 구성 요청을 수락하는 공식 절차를 마치고 제59대 영국 총리로 취임한 뒤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앞에서 부인인 마리프랑스 반 힐과 함께 손을 흔들며 국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정책도 노동당 고유의 색채와 자신의 정치적 배경을 반영해 주택, 수도, 교통 등 인프라의 공공 통제 강화 등 중도좌파 정당인 노동당다운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현지 언론은 에너지 요금과 버스 요금 인하, 에너지 기업 국유화, 새로운 공공주택 건설, 정부 발행 디지털 신분증 계획 폐기 등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 17일 노동당 대표 취임연설에서도 “1980년대 이후 잘못된 길로 들어서 정치권력이 중앙집권화하고 경제 권력은 민영화했다”며 “‘모든 우편번호’(지역 곳곳)에서 성장을 촉진하고 지역사회에 권력을 되돌려주는 국정 비전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제 경제 격변기에 맞춰 친기업적 정책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대표 연설에서도 “맨체스터의 친기업 시장이었듯이 친기업적인 노동당 대표가 되겠다”며 ‘재산업화’를 추진하고 교육의 기회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대외 정책에서는 기존 스타머 내각의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개혁과 국방비 확충,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등 스타머 정부의 외교 정책을 큰 틀에서 계승하면서 장기적으로 우선순위를 재배치하는 조정 정도만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