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빚 갚으려 또 도박… 학교는 알고도 ‘속수무책’

두 달간 경찰 자진신고 806건

아빠 통장서 3000만원 ‘슬쩍’
동급생 41명에 돈 빌리기도
첫 시작 12.5세로 더 어려져
교사들 “휴대전화 검사 거부
마지못해 공기계 제출” 토로

대구에 사는 중학생 A(13)군은 올해 초 동네에서 자전거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친구들에게 빌린 15만원을 갚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경찰이 이를 수상히 여겨 면담을 실시한 결과 A군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해부터 도박에 중독된 것으로 파악됐다.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고 토로한 그는 용돈 마련을 위해 도박사이트 광고를 통해 도박에 손을 댔고, 2년간 650만원을 탕진했다.

경찰청은 지난 5월18일부터 두 달간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제’를 운영한 결과 총 806건의 청소년 도박 사례가 접수됐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경찰청은 지난 5월18일부터 두 달간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제’를 운영한 결과 총 806건의 청소년 도박 사례가 접수됐다고 20일 밝혔다. 첫 달 294건과 비교해 74%가 증가한 수준이다. 경찰은 본지 보도<세계일보 6월22일자 참조> 등 미디어를 통해 제도와 청소년 도박에 대한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접수 건수가 대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신고한 청소년들의 도박 수준을 분석한 결과 평균 10개월간 300만원의 도박금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많게는 7000만원을 도박으로 탕진한 청소년도 있었다. 신고자의 78%는 본인이 직접 도박 사실을 신고했고, 나머지는 부모 등 보호자의 권유로 신고가 이뤄졌다.

 

특히 최근 신고에선 나이가 어린 학생들의 도박중독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부산에서는 인근 3개 학교의 동급생 41명으로부터 총 200만원을 빌린 도박중독 청소년 사례가 확인됐다.

 

중학생인 B(14)군은 온라인 도박사이트에서 바카라를 하며 돈을 잃자 주변 친구들에 돈을 빌리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빌린 돈을 다시 도박으로 불리려다 잃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B군이 도박에 사용한 돈만 2600만원에 달했다. 학교전담경찰관(SPO)이 교사로부터 ‘수상한 금전거래가 있다’는 첩보를 받아 추적한 결과 B군의 도박중독 상태가 드러나게 됐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경북에서도 “통장에서 돈이 사라진다”는 아버지의 112 신고에 따라 C(14)군의 도박중독이 드러났다. C군은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의 휴대전화 패턴을 몰래 풀어 은행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했고, 3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수십 차례 이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2025년 청소년 도박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박을 처음 경험한 평균 나이는 12.5세로 집계됐다. 전년 평균인 12.9세보다 낮아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 9세 이하에 도박을 처음 접했다는 비중은 14.0%에 달했고, 10~12세도 33.1%를 차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도박을 시작한 사례가 드문 게 아니다”며 “중·고등학교 때 심각해져서 경찰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입건된 10대 사이버도박 피의자 수도 2023년 184명이었으나 2024년 631명으로 3.4배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416명을 기록했다.

 

현직 교사들은 학생들이 도박을 하는지 휴대전화를 일일이 살펴볼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한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는 “휴대전화로 무엇을 했냐고 물어보면 ‘인권’을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검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일단 학교에 휴대전화를 가져오지 못하게 해야 도박이든 사행성 게임이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학교 교사도 “휴대전화를 내라고 해도 공기계를 내는 경우가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