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연 한양사이버대 교수 “AI는 도구 아닌 ‘사고 파트너’… 관계 조율·윤리적 책임 능력 필수” [한양사이버대 특집]

한양사이버대 한승연 교수 ‘한국교육공학회 우수학술논문상’

수업현장 AI 확산 교육 신뢰 붕괴
교수설계자 역할·정체성 변화 주목
AI 역할 구분 ‘관계적 감수성’ 제시
활용 능력 포함 협업 역량 등 강조

한양사이버대 ‘AI 교육 혁신’ 선도
강의개발관리 도입·‘오픈배지’ 운영
AI 시대 ‘교육공학’ 학문 역할 증대
기술학습 넘어 현장 적용 의미 연구

학생과 교수가 서로를 의심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보편화된 강의실 이야기다.


한승연 한양사이버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한 학생이 ‘AI로 피드백 주셨죠’라고 묻기도 하고, 동료 연구자들끼리도 ‘이 연구는 AI를 활용했을 게 분명하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며 “학생과 교육자를 가리지 않고 교육 현장 전반에 신뢰 붕괴가 관통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상한 시대’에서 AI를 읽을 눈이 없다는 생각이 연구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2026년도 한국교육공학회에서 우수학술논문상을 수상한 한승연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가 1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생성형 AI(인공지능) 시대에 교육공학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공감받은 것 같아 뜻깊었다”며 “AI를 단순히 빠르고 편리한 도구가 아니라 교육 설계자의 사고와 판단, 전문성 자체를 변화시키는 존재로 바라보려 한 시도가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재문 기자

AI의 급격한 확산에 교육계 역시 거대한 물결을 마주하고 있다. 2026년 한국교육공학회 우수학술논문상 수상자이자 한양사이버대 교무처장인 한 교수는 20일 세계일보와 만나 “이제는 AI를 얼마나 잘 쓰는가를 넘어, AI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조율하는 ‘관계적 감수성’이 필수적인 시대”라고 강조했다.

 

◆‘관계적 감수성’이란 능력

한 교수와 임지영 부산교육대 교육학과 교수가 공동으로 저술한 논문 ‘텍스트 기반 생성형 AI와의 협업을 통한 교수 설계자의 관계적 감수성 형성’은 AI 협업 과정에서 교수설계자의 역할과 정체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기존 논의들이 주로 프롬프트 작성법이나 업무 효율성에만 집중되어 있었다면, 한 교수는 교수설계자가 AI와 함께 사고하고 판단하며 책임지는 과정 그 자체에 주목했다. 그는 “AI 시대에 교수설계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넘어, AI와 함께 설계한다는 것은 어떤 관계적 실천인가를 묻고자 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논문에서 핵심적으로 제시된 개념은 ‘관계적 감수성’이다. AI가 제안한 내용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맡길 것인지, 어떤 부분은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지, AI의 결과물이 학습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점검하고 조율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미국의 과학철학자 캐런 바라드는 인간과 스마트폰, AI 같은 외부 대상이 서로 떨어져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뒤엉킨 상태로 존재한다고 봤다. 이렇게 얽혀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어디까지가 자신의 행위인지 경계를 구분하는 것을 그는 ‘행위적 절단’이라 불렀다. 한 교수는 이 개념을 발전시켜 사람과 AI가 뒤엉킨 상태에서 스스로 행위의 경계를 구분하는 능력을 ‘관계적 감수성’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했다.

 

한양사이버대 건물에서 학생들이 대면 활동의 일환으로 동아리 시간을 가지고 있는 모습. 한양사이버대 제공

◆“어떻게 함께 설계하느냐가 중요”

한 교수는 “AI 시대 교수설계자의 핵심 역량은 단순한 도구적 숙련이 아니라, AI와의 관계 협상, 성찰적 실천, 윤리적 응답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연구팀이 만난 교육공학과 대학원생들은 강의 설계 과정에서 AI를 단순한 자료 검색기나 문장 교정 도구로만 사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수업 목표를 점검하고, 평가 루브릭을 만들며, 학습자의 관점에서 설계안을 검토하게 하는 등 일종의 ‘사고 파트너’로 활용했다. 한 교수는 “처음에는 ‘이 내용을 정리해줘’처럼 단순 요청을 하던 참여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내 설계안을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제안해줘’와 같이 AI를 분석자, 비판자, 협력자, 심지어는 교수라는 평가자로 위치시키며 프롬프트를 통해 역할을 지속적으로 재협상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교수진이 강의를 촬영하는 스튜디오. 한양사이버대 제공

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이러닝 콘텐츠 개발이나 강의 설계 현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콘텐츠 개발 과정에서 AI를 아이디어 생성, 학습자 분석, 평가 문항 초안 작성 등에 활용하더라도 최종 판단과 맥락화는 반드시 인간의 교육적 전문성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생성형 AI 시대에 새롭게 요구되는 역량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구분하는 판단력이며, 둘째는 AI와의 역할을 조율하는 협업 역량, 셋째는 AI 결과물이 학습자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윤리적 책임감이다.

한 교수는 이를 종합하여 “앞으로의 교수설계자는 기술자가 아니라 인간, AI, 학습자, 맥락 사이의 관계를 설계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한 교수팀은 후속 연구로 관계적 감수성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고 학회 발표를 마쳤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내에 위치한 한양사이버대 건물 전경. 한양사이버대 제공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양사이버대 사이버1관 라운지. 한양사이버대 제공

◆“사이버대 특성 살려 AI 교육 선도”

한 교수가 몸담은 한양사이버대 교육공학과 대학원은 AI와 교육을 주제로 한 연구를 실제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재학생 다수가 학교, 기업, 공공기관, 에듀테크 등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어, 현장의 실질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한 교수는 “강의가 온라인 진행되는 사이버대학 특성상 디지털 학습환경과 AI 기반 교육 혁신을 경험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양사이버대 교무처장을 겸임하고 있는 한 교수는 학교가 추진 중인 AI 기반 교육 혁신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대학이 자체 개발한 AI 학습분석 시스템 ‘HY-LIGHT’와 전임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AI 강의 준비 서비스(AX사업단) 등도 도입됐다. 한 교수는 “사이버대학은 온라인 학습, 디지털 콘텐츠, 학습관리시스템(LMS), 학습데이터가 일상적으로 축적되는 공간이어서 AI 및 교육공학 연구를 수행하기에 현장성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양사이버대는 사이버대학 최초로 강의개발관리시스템을 도입했고, 나노디그리 및 오픈배지(Open Badge 3.0) 제도를 운영 중이며, KS-SQI(한국서비스품질지수) 11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한승연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이재문 기자

한 교수는 “온라인 교육에서 콘텐츠의 품질, 학습자 참여, 평가 신뢰성, 학습성과 관리를 개별 교수자의 노력에만 맡기지 않고 대학 차원의 시스템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교육공학과 대학원 예비 지원자와 현장 교육자들을 향해 “교육공학은 교육과 기술, 인간과 학습, 이론과 실천을 연결하는 학문이어서 AI 시대에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학습자와 현장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AI가 도입된 교육 현장에서의 인간의 판단과 책임, 관계와 전문성이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탐구하고, 이를 실제 교육과정과 교수자 교육 체계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