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룬 헝가리의 새 대통령에 여성 체스 그랜드마스터 폴가르 유디트(50)가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머저르 페테르 헝가리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폴가르 유디트를 직접 만나 대통령직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헝가리 새 대통령 후보 물망에 오른 폴가르 유디트(왼쪽). 신화연합뉴스
그는 "대통령은 일자리가 아니라 가장 높은 형태의 공적 봉사"라며 "폴가르는 통합과 평화를 증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폴가르는 역사상 최고의 여성 체스 선수로 평가받는 헝가리의 영웅이다.
그는 이미 15세 때 최연소 그랜드마스터 기록을 세우며 체스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랜드마스터는 세계 체스연맹이 최고 수준 선수들에게 부여하는 타이틀로 평생 유지된다. 26년 연속으로 여자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켰고, 많은 세계 정상급 남자 선수들을 꺾기도 했다.
1988년 체스 올림피아드에서 소련 여자 대표팀을 이기고 우승한 그의 성과도 대통령 지명 가능성과 함께 주목받는다. 현 정부가 '적폐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오르반 빅토르 전 총리가 친러 성향의 극우 정치인으로 재임 기간 러시아와 밀착하며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었다는 점과 대조를 이뤄서다.
그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퀸 오브 체스'의 주인공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다큐는 남성 중심의 체스계를 정복하겠다는 소녀 폴가르의 삶을 다룬 얘기다.
폴가르가 대통령직을 수락하면 퇴임을 앞둔 슈요크 터마시 대통령에 이어 최대 5년간 새 헌법이 발효될 때까지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지난 4월 정권 교체에 성공한 머저르 정부는 오르반 전 총리 측근으로 알려진 슈요크 대통령에게 사퇴를 요구했지만, 슈요크 대통령은 이를 거부해왔다.
결국 대통령의 임기를 강제 종료하는 내용의 헌법개정안이 지난 13일 의회를 통과하면서 슈요크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헌법 개정에 따라 오르반 전 총리의 또 다른 측근인 페테르 폴트 헌법재판소장도 퇴임하게 된다. 슈요크 대통령은 머저르 총리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헌재 측에 법적 구제책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