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전격 선언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마저 봉쇄될 위기에 처하며 글로벌 에너지 물류에 초비상이 걸렸다.
20일 야히야 사리 후티 반군 대변인은 “사우디의 범죄 행위에 맞서 ‘눈에는 눈’ 원칙에 따라 해상 봉쇄를 선언하며 이는 즉각 효력을 발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사우디가 후티 통제하에 있는 사나 공항을 타격하고 항만을 봉쇄한 데 따른 보복성 조치다. 다만 구체적인 봉쇄 방식은 밝히지 않았고 사우디 측의 공식 반응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틀어막으면 사우디의 원유 수출길은 사실상 전면 차단된다. 사우디는 최근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어려워지자 동서 송유관을 이용해 홍해 연안의 얀부항으로 원유를 보내 우회 수출을 추진해 왔다. 얀부항에서 아라비아해로 나가는 바닷길마저 막힐 경우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7%가 줄어들게 된다. 앞서 후티 반군은 2023년 가자지구 전쟁 당시에도 하마스 지지를 명분으로 수개월 동안 홍해를 지나는 선박 100여척을 공격한 바 있다.
후티의 이번 선언은 미국과 이란이 열흘간 무력 충돌을 이어가는 가운데 외교 채널 재가동을 타진하는 시점에 나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중재국으로부터 10일간 휴전을 포함한 긴장 완화 제안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역시 “이란이 국제 수로 통제를 고집하면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미국은 외교적 해결책에 항상 열려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중동 내 군사적 긴장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호르무즈 해협 오만 연안 항로에서는 유조선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돼 표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요르단 아카바 공항의 미국 항공기와 쿠웨이트 공군 기지 내 군사 자산, 시리아 내 진지 등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바레인에서는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고 쿠웨이트군은 이란 드론을 요격하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