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 61시간 만에 초진된 가운데, 최근 5년간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로 인한 재산피해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연물이 대량으로 쌓인 데다 내부 구조가 복잡한 물류창고 특성상 화재 발생 시 진화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21일 소방청의 ‘2025년도 화재통계연감’ 부록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는 총 20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4건, 2022년 7건, 2023년 3건, 2024년 2건, 지난해 4건이었다.
소방청은 물류창고 화재를 별도 항목으로 집계하지 않지만, 해당 기간 발생한 대형화재 가운데 물류창고·물류센터 사례를 추린 결과다. 대형화재는 인명·재산피해 규모가 큰 상위 20% 수준의 화재를 의미한다.
이 기간 물류창고 대형화재로 숨진 사람은 5명, 부상자는 7명이었으며 재산피해 규모는 총 1조236억원에 달했다.
가장 큰 피해를 낸 화재는 2021년 6월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재산피해가 약 4743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11월 충남 천안시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화재도 약 3100억원의 피해를 남겼다. 두 화재 피해액만 약 7843억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76.6%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에서 발생한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0건 가운데 16건이 경기 지역에서 발생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이어 광주, 충북, 경남, 충남에서 각각 1건씩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원인 미상’이 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기적 요인과 부주의가 각각 2건이었고, 방화 의심 사례도 1건 있었다.
앞서 지난 18일 오전 10시29분쯤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 6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대응 1·2단계를 발령하고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내리는 등 전국 소방력을 투입했지만, 내부에 쌓인 가연물과 짙은 연기로 인해 화재 발생 약 61시간 만인 20일 오후 8시께 초진에 성공했다.
물류창고 화재 진압이 어려운 이유는 내부에 불에 타기 쉬운 물품이 대량으로 적재돼 있기 때문이다. 생활용품과 의류, 식품뿐 아니라 종이상자, 비닐, 플라스틱 포장재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불길이 빠르게 확산한다.
또 상품을 천장 가까이까지 높게 쌓는 적재 방식으로 인해 소방용수가 화점까지 충분히 도달하기 어렵고, 넓은 내부 공간과 복잡한 구조도 진화 작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대형 물류센터에는 건물 내부에 중간층을 설치해 여러 층처럼 활용하는 ‘메자닌’ 구조가 많다. 이 경우 통로와 적재 공간이 복잡하게 얽혀 소방대원이 화재 지점을 찾거나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커진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발생한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화재는 완전 진압까지 약 60시간이 걸렸고, 2021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불길을 잡는 데 엿새가 소요됐다.
소방당국은 대형 물류창고 화재 대응을 위해 2024년부터 화재안전기준을 강화했다. 일반 스프링클러보다 방수량이 많은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를 습식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랙식 창고에는 높이 3m 이하마다 스프링클러 헤드를 추가 설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기존 물류창고 상당수는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 물류창고 5949곳 가운데 4325곳(72.7%)은 기준 강화 이전에 지어진 시설로, 현재보다 완화된 화재안전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기존 시설에 새 기준을 소급 적용하도록 한 규정도 없어 화재 안전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