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 연루자 정부포상 198건 취소…이근안·박처원 포함

12·12·5·18 진압 유공도 대거 박탈…'쿠데타 성공 기념촬영' 조홍·최석립도
"국가폭력·인권침해 공적 인정 불가…부적절 포상 지속 발굴"

정부가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진압, 계엄 업무, 간첩조작사건 등에 관여한 이들에게 수여된 정부포상 198건을 대거 취소했다.

 

행정안전부는 21일 열린 제31회 국무회의에서 167명에게 수여된 정부포상 198건에 대한 서훈 취소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김영수 행정안전부 의정관(가운데)이 지난 4월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부적절한 정부포상 전면 재검토 및 취소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980∼1981년 12·12 군사반란과 5·18, 계엄 업무 관련자 76명에게 수여된 무공훈장·무공포장 76건과 1960∼1990년대 간첩조작사건 등 관련자 91명에게 수여된 훈·포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122건이다.

 

정부는 반헌법적 행위와 간첩조작사건 등 국가폭력 사건 연루자에게 수여된 정부포상을 바로잡기 위해 국방부·경찰청·국가정보원과 함께 포상의 적절성을 검토한 뒤 당사자 사전통지와 공적심사위원회 개최 등 행정절차를 진행했다.

 

취소된 포상은 ▲ 국방부 소관 76건 ▲ 경찰청 소관 36건 ▲ 국정원 소관 86건 등이다.

 

이번 취소 대상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관여한 강민창 전 내무부 치안본부장과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 '고문기술자' 이근안에게 수여된 정부포상도 포함됐다.

 

국방부는 지난 3월 12·12 군사반란 중요임무 종사자 10명에게 수여된 충무무공훈장을 취소한 데 이어 1980∼1981년 무공훈장과 무공포장을 부당하게 받은 76명을 추가로 확인해 취소 절차를 밟았다.

 

'국가안전보장 유공'으로 서훈받은 42명은 근무 경력과 당시 대간첩 작전 기록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 무공훈장 수여 요건인 '전투에 준하는 직무 수행'이나 무공포장 수여 요건인 '국토방위에 대한 헌신·노력'에 해당하는 공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12·12 군사반란 성공을 기념하며 전두환과 함께 보안사 앞마당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조홍, 최석립, 백운택에 대한 충무 무공훈장이 포함됐다.

 

'계엄업무 유공'으로 서훈받은 34명도 상훈법상 거짓 공적에 해당한다고 국방부는 판단했다.

 

비상계엄이 헌정질서를 파괴한 국헌문란 및 내란행위로 사법적 평가가 확정됐고, 계엄사령부와 예하 부대에서 수행한 업무도 신군부의 불법적인 권력 장악과 내란에 조력한 행위여서 서훈 공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방부는 서훈 일부가 취소됐다고 해서 국가유공자 자격이나 국립묘지 안장 자격이 자동으로 박탈되는 것은 아니며, 관련 요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소관 36건은 훈장 15건, 포장 3건, 대통령표창 12건, 국무총리표창 6건이다.

 

이 가운데 1979년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80여명을 검거한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관련 포상이 29건으로 가장 많았다.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 관련 포상 2건, 서울대 무림사건 3건, 함주명 간첩사건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사건 관련 포상 각 1건도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취소 대상에는 강민창 전 내무부 치안본부장에게 수여된 보국훈장 삼일장·천수장·국선장과 홍조근정훈장 등 4건이 포함됐다.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이 받은 녹조·홍조근정훈장과 대통령표창 2건 등 4건도 취소됐다.

 

이근안에게 수여된 국무총리표창 1건도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청은 장관 표창 51건도 관계기관에 취소를 요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박처원·이근안·강민창에게 취소되지 않은 서훈이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 "재심 무죄나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된 사건과 관련해 수여된 서훈은 이번에 모두 취소된다"며 "장기근속 표창 등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취소를 포함해 이근안에게 수여된 7건의 정부포상은 모두 박탈됐으나 강민창은 8건, 박처원은 11건이 남아있다.

 

경찰청은 현재 5·18 민주화운동 진압과 삼청교육 등 반헌법적 행위와 관련해 수여된 정부포상도 추가로 취소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국정원은 올해 3월 말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직원들에게 수여된 정부포상을 자체 전수조사한 뒤 재일동포 간첩사건, 보성 가족 간첩단 사건, 제주 모녀 간첩 사건 등과 관련해 포상을 받은 71명의 정부포상 86건을 취소해달라고 행안부에 요청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재심 무죄가 확정된 17개 사건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국정원 진실위원회가 지적한 2개 사건 등 총 19개 사건에서 수사절차 위반과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정부포상 취소는 지난 1월 보국훈장 등 11건, 3월 무공훈장 10건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다.

 

경찰청과 국정원은 과거 위법한 공권력 행사와 인권침해로 피해를 본 당사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정부는 반헌법적 행위와 간첩조작사건 등과 관련해 부적절하게 수여된 정부포상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취소할 방침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