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직원 전체를 포함해 최대 1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유의 해킹 공격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10개월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외교부의 사이버 보안 역량이 도마 위에 올랐다.
21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상의 사이버 공격자가 국립외교원 온라인교육시스템의 서버를 작년 4∼5월에 장악하고 올해 2월까지 접속했다.
이 서버에는 국립외교원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의 이름, 아이디, 이메일 주소, 암호화된 비밀번호가 저장됐는데 외교부는 최대 1만명의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다.
◇ 해킹 사실 인지 후에도 5개월이나 지나 공개
그러나 아무리 신종 해킹 기법이라고 해도 시스템에 대한 비정상적인 접근을 10개월이나 허용했다는 점에서 외교부의 사이버 보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올해 2월 초 공격 사실을 인지한 직후 시스템을 차단하고 관계기관과 조사를 진행해왔지만, 아직 정확한 유출·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 외교부는 해킹 사실을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약 5개월 만인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수 있는 직원에 대한 공지는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서 했으며 개별 통보는 아직 준비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에 "외교·안보와 무관하지 않은 사안으로 인식해서 조치, 조사라든가 관련 검토 분석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관계기관과 협력해 사건의 철저한 규명을 위해서 노력을 할 것"이라며 "외교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사이버 보안 체계를 정밀하게 점검하여 미비점을 보완·개선하고 관련 관리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이 시스템은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외교부 내부망이나 다른 부처 네트워크와는 연결되지 않았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밝혔다.
◇ 북·중 배후 가능성 염두에 두고 조사
외교부는 그간 정부 기관에 대한 해킹 공격을 주로 감행해 온 것으로 지목받는 북한이나 중국이 이번 해킹의 배후에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주체를 단정할만한 기술적 분석은 부족한 상태다. 그러나 여타 국가 등 배후의 해커조직을 포함해서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국가안보 관련 업무를 하는 특성상 민감한 정보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종종 해킹 공격의 표적이 된다.
이전에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2024년 사이버 공격 시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8월에 외교부에 대한 사이버 공격 건은 8천697건이었다.
2022년 1월에 이뤄진 해킹 공격으로 외교부의 스팸메일 차단 시스템에 저장된 일부 파일이 외부에 유출된 적이 있는데 당시 해킹 주체가 중국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2025년 3월 미국 법무부는 중국 정보기술 회사 '아이순'의 직원들이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 외교부 이메일 계정을 해킹했다며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다만 당시 외교부는 이들이 외교부 이메일 시스템에 무단 접속한 이력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외교부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하는 가운데 이런 해킹이 공개되면서 외교부의 입장이 다소 난감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두 사건을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 추궁 등 엄정한 법 집행 입장을 견지해온 정부조차 개인정보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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