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윤기 단순살인죄 적용, 국수본이 지시했다니

국수본, 김용현 전 국방장관 관련 압수수색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울 자택, 공관과 집무실 등 압수수색에 나선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수본의 모습. 2024.12.8 hwayoung7@yna.co.kr/2024-12-08 16:00:32/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전남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를 둘러싼 증거 인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이 어제 동시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국수본이 여고생 살인 사건을 초동 수사한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을 지휘한 과정이 불법·부당했다는 혐의를 받아서다. 일선 경찰의 증거 인멸 파문에 이어 국수본의 부당 개입 의혹까지 나와 어이가 없다. 국수본이 광산서의 ‘봐주기 수사’ 및 ‘부실 수사’ 진상 규명을 맡은 상황에서 국수본의 부당 지시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광산서 일선 수사팀이 장윤기에게 단순살인죄를 적용했던 배경에 국수본의 지휘가 있었다는 내부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강간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일선 수사팀 의견이 묵살됐고, 장윤기가 여고생 살해 이틀 전 저질렀던 성폭행 및 스토킹 등 범죄를 살인 행위와 분리해 수사한 게 국수본의 지시 때문이라고 한다. “강간살인 혐의 적용을 주장했던 지휘부 인사가 ‘장윤기 자백 등 직접증거가 없으니 신중하게 처리하라’는 국수본 의견을 받고 입장을 선회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수본이 왜 이런 비정상적인 지시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국수본이 수사 대상이 된 만큼 광산서와 광주경찰청에 대한 진상 조사를 스스로 중단해야 한다. 관련 의혹의 정점에 선 조직 수뇌부가 지시에 따라 움직인 하부 조직을 감찰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어느 국민이 국수본의 자체 조사를 믿겠나. 검찰과 경찰청이 국수본 수사를 중복으로 하는 것도 비효율적이고, 혼선만 키울 것이란 지적이 벌써 나온다. 이번 수사는 광주지검 전담수사팀이 맡는 것이 누가 봐도 상식적이다. 검찰은 ‘윗선 개입·축소 수사’ 의혹 등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경찰 수사에 대한 사후 검증이 왜 필요한지 보여준다.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경찰관 아버지를 둔 장윤기에 대한 일선 수사팀의 고의적인 증거 인멸과 수사 축소 의혹은 묻혔을 개연성이 크다. 국민의 공분이 커지자 여당 일부 의원들마저 보완수사권 존치를 주장하고 나서 그나마 다행이다. 형사사법 체계는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여권은 이제라도 보완수사권 폐지 입법 강행을 멈추고, 국민 눈높이에서 숙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