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교관 정보 최대 1만건 털린 외교부… 진상 철저 규명을

(서울=뉴스1) 이종수 기자 = 국립외교원 온라인교육시스템이 약 10개월간 해킹돼 전·현직 외무공무원과 재외공관 주재관 등 최대 1만 건 규모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모습. 2026.7.21/뉴스1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에서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벌어졌다. 외교부는 어제 브리핑을 통해 “불상의 해커가 올해 2월까지 국립외교원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해킹해 전현직 외교관 및 주재관 이름과 직책 등 개인정보를 빼냈다”고 밝혔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접속자 ID 수로 따져 1만명분에 이른다. 한 사람이 여러 ID를 쓰는 중복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수천명분의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빼앗긴 셈이다. 특히 현직 외교부 직원 2500여명은 거의 전부가 유출 대상에 포함됐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외교부 공무원은 크게 본부 근무자와 재외공관 외교관으로 나뉜다. 재외공관에는 외교관들 말고 다른 중앙 부처에서 파견한 주재관들과 현역 군인 신분의 무관들도 있다.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국가정보원 직원들 역시 상당수가 재외공관에 나가 있다. 국익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민감한 국가 기밀을 다루는 이들의 개인정보가 새어 나갔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행여 적대 세력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면 대한민국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이나 다름없다. 외교부가 “국가 안보와 무관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힌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국립외교원 교육 시스템을 겨냥한 해킹은 지난해 4월 시작됐다. 대통령 탄핵소추와 조기 대선 국면에서 국가 기강이 사실상 무너지고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만연했던 시절이다. 외교부가 문제점을 깨닫고 해당 시스템 접속을 차단한 것이 지난 2월이라고 하니 최소 10개월 동안 해킹이 이어진 셈이다. 외교부는 그 뒤 약 5개월 동안 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유출된 개인정보의 정확한 규모는 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세계 각국 외교가에서 ‘정보 유출 우려 탓에 한국 외교관과는 접촉을 못 하겠다’는 말이 나올까봐 걱정이다.

북한이나 중국 해킹 조직의 소행일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일단은 철저한 수사와 진상 규명이 우선이다. 그 과정에서 외교부 간부의 잘못이 드러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문책과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다. 해외에서 암약 중인 우리 정보 요원들의 신변 안전조차 지켜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다. 아울러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최고 수준의 강력한 보안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가 ‘자칫 우방국들 사이에서 한국이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이번 사안에 대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