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분야는 인공지능(AI) 기술개발 과정에서 원본 자료를 활용할 수 있지만 로봇 분야는 원본 이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돌봄 로봇이나 안내 로봇이 사람의 상태를 파악하려면 눈썹, 입꼬리, 시선 등 미세한 표정과 음성 정보를 학습해야 하는데 현재는 모자이크된 영상과 변조된 음성만 사용해 AI 정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크고 연구개발도 지연되고 있어요.”
로봇 연구개발 기술자 A씨는 현행 개인정보 규제가 로봇 AI의 정밀한 학습과 기술 개발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람의 얼굴과 음성을 비식별 처리하도록 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엄격한 안전 장치를 도입한 연구개발에 허용해주는 등 로봇 기술 고도화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AI와 로봇 등 첨단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미래산업 등 5개 분야 112건의 규제 합리화 과제를 국무조정실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과 산업통상부에 건의했다고 21일 밝혔다.
자원순환 현장에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가 재활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전제품 설치 후 회수되는 포장용 폐스티로폼은 부피의 98%가 공기다. 물류센터에서 잘게 부수거나 압축하면 보관 공간과 운송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후 이를 정제해 재생플라스틱으로 만들면 다시 전자제품 소재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행 법령상 일반 물류센터는 폐기물 처리시설로 인정되지 않아 깨끗하게 수거한 폐스티로폼조차 분쇄하거나 압축할 수 없다. 결국 부피가 큰 원형 그대로 재활용 시설까지 옮겨야 해 사실상 ‘빈 공기’를 실어 나르는 데 물류비를 쓰고 있다고 업계에선 토로한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AI·로봇 등 첨단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고, 핵심 AI 인프라 적기 구축을 위한 신속한 규제 합리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반도체를 넘어 피지컬AI·로봇 등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육성하기 위해선 기업들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