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세부담 늘리고, 양도세는 장특공제 손질 유력 [부동산 세제 개편안 예고]

어떤 내용 담길까

李,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 강조
종부세에 시가 40억 과표 신설
비거주 장기보유 공제도 축소
‘주택수→가액’ 과세개편 촉각

매물 출회 위해 장특공제 유예
시기 넘어가면 세부담 높일 듯

“불가피한 비거주 불이익 안 돼”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세제 개편 기준으로 ‘국민 상식’과 ‘눈높이’를 제시하면서 투기적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자산 과세가 개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그간 수차례 부동산 불로소득을 망국적 현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1세대 1주택이라도 초고가 주택에는 세 부담을 강화하거나 종합부동산세 과세 방식을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등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이 두루 담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의 경우 일정 기간 유예 기한을 둬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한 뒤, 그 시기를 넘어가면 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생각에 잠긴 李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보고자료를 살펴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이 대통령은 일부 대기업 노동 현장에서 ‘영업이익 N% 성과급’ 도입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과 관련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문제가 과연 쟁의의 대상인가. 저는 아닌 쪽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1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의 쟁점으로 제시했던 11개 주제 중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개편 △양도세 장특공제 두 가지로 압축된다. 지난 16일 열렸던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도 종부세의 형평성 제고 방안과 거주 중심으로 양도세를 개편해야 한다는 진단이 주로 제시됐다.

 

우선 종부세는 초고가 1주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9일 실거주용 한 채라도 초고가라면 세 부담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데 어느 정도 판단이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가 기준 40억 혹은 50억원을 기준으로 과표구간을 새롭게 신설하는 등 초고가 주택의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있다. 과표가 높은 구간(100억원 초과)을 따로 만들거나 기존 최고 구간의 세율을 높일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조세제도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실수요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21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뉴스1

비거주 초고가 1주택에 주어지는 과도한 혜택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종부세 보유 세액공제가 대표적이다. 현재 1세대 1주택 고령자는 장기보유 공제와 나이 공제를 합쳐 최대 80%까지 종부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데, 이런 혜택을 축소하고 거주 중심으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종부세 과세 방식이 가액 기준으로 개편될지도 관심사다. 현행 종부세 구조에서는 3주택 이상 보유 시 최대 2.3%포인트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30억원짜리 1채보다 10억원짜리 3채의 세 부담이 더 무거운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시민은 부동산토론회 홈페이지에 “현행 주택 수 중심의 세제와 규제가 국민이 서울의 고가 ‘똘똘한 한 채’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면서 “가액 중심의 정책은 지방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하고 미분양 해소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썼다. 아울러 현행 과표가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현재 60%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점진적으로 상향될 가능성도 있다.

 

양도세는 장특공제 중심 개편이 유력하다. 양도세 장특공제는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3년 이상 보유 및 2년 이상 거주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보유(40%)와 거주(40%)를 합해 최대 80%까지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이에 거주공제를 높이고 보유 공제를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보유 공제 혜택 축소로 양도세가 강화될 경우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도세 장특공제 조정안의 시행 시기가 일정 기간 유예될 가능성이 크다. 김 실장은 양도세 개편 방향과 관련해 “적정한 시기에 매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그 시기를 넘어서면 부담이 높아지게 설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초고가 주택 기준을 합리적으로 제시하는 한편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한 이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초고가 주택의 기준이 보기에 따라 주관적일 수 있고, 주택 가격은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시장에 혼란을 줄 소지가 있다”며 “부동산 안정이 정책의 목표라면 초고가 주택의 기준이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거래세 부담도 동시에 높이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자칫 부동산 경기 자체를 얼어붙게 할 수 있다”며 “시장에서 매물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길은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실거주 세 부담을 낮추고, 비거주 혜택을 줄이는 건 당연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세금을 매기는 건 경계해야 한다”며 “거주 이전의 자유와 직장·학교 등을 이유로 2주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는데,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이들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페널티를 부과해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