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전남광주 무안국제공항은 고요했다. 공항 외부엔 참사를 기리는 파란 리본과 ‘함께하겠다’는 시민사회단체들 현수막이 빛바랜 채 달려 있었다. 사고가 있었던 둔덕과 공항 담벼락 인근에서는 참사 발생 1년4개월여 만인 지난 4월 재수색이 시작돼 하루 평균 10여점의 유해 추정 물체가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토양 오염과 장마로 수색이 중단되면서 유가족의 기다림은 계속되고 있다. 무안공항에서 만난 손주택(69)씨는 “비가 온다고 했는데, 예보가 틀릴 거였다면 오늘 재수색을 해야 했는데”라며 하늘만 원망했다. 참사가 발생했던 구겨진 콘크리트 둔덕 앞 비행기가 놓였던 자리에는 연료가 스며든 오염토 제거 작업만이 진행됐다. 비가 내려 습하고 더운 바람이 불 때마다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유해 재수색은 21일 100일을 맞았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재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유해 추정 물체는 1579점, 유류품은 833점이다. 4월13일부터 4일간 발견된 유해 추정 물체 230점에서 유전자가 확인된 건 195점으로 확인된 희생자는 64명에 달한다. 비행기 부품 등 기체 잔해 1195.9㎏도 발견됐다.
◆“국가가 두 번, 세 번 유가족을 죽였다”
여흥구(74)씨는 1주차에 가족의 유해가 추가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세 차례에 걸쳐 받았다. 여씨는 “연달아 3일 동안 전화를 받았는데 첫날은 사위의 유해가, 다음날엔 딸의 유해가, 그다음 날엔 손녀딸의 유해가 발견됐다”고 했다. 여씨는 딸의 상산고 합격을 축하하며 가족여행을 떠났던 딸 부부와 두 손주를 참사로 잃었다. 여씨는 “유해가 추가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비행기 잔해가 날아다니는 장면이 떠오르고 가슴이 미어졌다”고 했다. 그는 또 “아내가 국과수로부터 전화를 받고선 그대로 까무라쳤다”며 “참사 후 긴 시간이 지났는데도 유해가 또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니 참사 당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유해는 다 가슴이 아프지만, 14살짜리 아이가 참사 당시에 얼마나 무서웠을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졌다”며 “소식을 듣자마자 비행기 잔해가 날아다니는 장면이 떠오르고 가슴이 미어졌다”는 여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이내 “가슴이 아프다”며 가족들 이야기를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협의회는 유가족들의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재수색이 종료된 이후 일괄적으로 결과를 통보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대대적인 재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 유가족들은 제 손으로 희생자의 유골을 발굴해야 했다. 아들 고 손창국(당시 29세)씨를 잃은 이경임(66)씨는“(유)가족들이 공항 안쪽 식당의 한 쪽문이 우연히 열려 있어 들어갔더니 뼈 같은 것과 유류품이 보였다”며 “감식단에 가져가서 물었더니 인골인 것 같다는 소견이 나왔다. 강원도(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고, 유전자 감식을 거쳐 유해라고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15~20명씩 활주로 인근에서 유해를 눈으로 찾아냈고, 호미를 들고 잔디를 팠다. 이씨는 “며칠동안 가족들이 작업을 했는데 안되겠다 싶어 경찰에 발굴 작업을 해달라고 요청해 재수색이 4월13일에 시작됐다”고 했다. 참사가 발생한지 보름여만인 지난해 1월15일 국토부는 “99% 수습이 완료됐다”고 발표했지만 대대적인 재수색이 시작된 것이다.
재수색 과정에서는 귀걸이 한 짝, 시계 일부, 면도기 등 유류품과 두개골부터 3㎝ 치아까지 유해가 발견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정말 작은 유해 조각들이 발견되고 있다”며 “6·25 전사자 유해 발굴 현장과는 다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습이 완료됐다고한 상황에서 더 나올 게 있을까 했는데 하루에만 100점이 넘게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수색이 시작될 때 5월29일까지로 정했던 기한을 ‘유가족이 됐다고 할 때까지’로 연장했다.
◆재수색 때도 ‘컨트롤타워’ 구실 못하나…방식 제각각
재수색에는 과학수사대 등 경찰 인력과 소방관, 유해발굴단 등 군 인력, 국토교통부 관계자, 유가족이 참여한다. 100일간 진행된 재수색에는 이날 기준 6985명이 투입됐다.
정부가 부처 합동 수색단을 꾸렸지만 작업방식조차 통일되지 않아 유가족들이 방식을 제안하는 실정이었다. 전남광주 동구 금남로 YMCA에 마련된 시민 분향소에서 만난 김성철 유가족협의회 이사는 “부처가 기싸움을 하는 형국”이라며 “수색 첫날 군과 경찰의 방식이 각기 달라 작업을 중지시켰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유가족이 동의한 방식을 군과 경찰·소방 수색단에 제안했고, 이를 통일하기 위해 한 수색조가 시범을 보인 후 모두가 지켜보고 그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정부의 거짓말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 이사는 “참사 초기 정부에서 인력을 많이 투입했고 더 유해가 안 나올 정도로 철저히 수습했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폭발 장면을 다 봤으니 시신이 많이 소실되었다고 이해했고, 유류품이 화재로 다 타서 없다고 한 말을 믿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공항 야적장에 1년 넘게 쌓여 있던 마대자루 속에는 화물칸에 있던 것 유류품이 폐기처분된 정황이 드러났다. 2월26일 발견된 25㎝ 크기의 유해는 국과수 감식 결과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 아버지의 정강이뼈로 확인됐다. 이씨는 “당시에 마대 자루 안에 쥐가 엄청 많았고 똥도 많았다”며 “뼈를 본다는 건 무서운 일인데 유가족들은 뼈들을 아무렇지 않게 ‘나았다’고 하면서 만져봤다. 처음에는 유해가 나오면 울었지만 100개 이상씩 나오니까 무뎌졌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지난해 1월15일 국토부가 잔해 수습을 종료한 것과 관련한 경위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김 이사는 “유해가 계속 발견되는데도 수색이 종료된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누가 지시했고 왜 그런 판단이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며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지난 4월13일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참사 초기 부실 수습 등 업무 부적정성이 확인된 경찰 1명, 소방 1명 등 공직자 12명에 대해 문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징계나 수사로 인한 인사 조처가 진행된 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잊히는 것…“179명 사망에 책임자 0명”
유가족들은 하나같이 ‘참사가 잊히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아들 손주택씨가 성탄절 날 여자친구와의 여행을 떠났다고 회상한 이들은 아들을 잃고 후회 속에 살고 있었다. 사고 발생 이후 첫 일주일 동안 장례를 치렀던 것도, 서울에서 구직하던 아들에게 고향에 내려와서 직장을 구하라고 제안한 것도 다 ‘자기 탓’ 같았다. 이씨는 “이렇게까지 될 줄 모르고 국가를 믿었다”며 “장례도 치르지 말고, 수색 과정에서도 계속 의문을 제기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재수색이 마무리되면 유가족들은 3번째 장례식을 치러야 한다.
여씨 역시 “수사도 금방될 것 같았지만 경찰은 검찰이 잘못했다고 하고 검찰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받아야 기소할 수 있다고 한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가 한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라며 “콘크리트 둔덕도 유가족들이 고발해서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 처음엔 정부가 규정대로 지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준 무안공항 참사 이후 재판에 넘겨진 책임자는 한 명도 없다.
참사가 발생한 지 이날로 570일이 됐다. 유가족은 여전히 공항을 지키고 있다. 사태 장기화에 관광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공항 한 편에는 ‘추모는 하되 지역은 죽이지 말라’는 현수막도 달려 있었다. 김 이사는 “유해는 다 수습하고 재개항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참사 희생자들 때문에 전국 공항의 둔덕들을 없애고 있고, 비행기 정비 시간이나 정비사도 늘리고 있지 않나. 사고가 안 나도록 바뀌어야 희생자들이 덜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씨는 “남은 건 다 유가족의 몫”이라며 “진상규명도 그렇고 다 유가족이 붙들지 않으면 지워져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씨는 “무안 참사 관련해서 중요한 일이 나오면 이슈가 터졌다”며 “유해도 나오자마자 이란 전쟁이 터졌고, 참사 때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 묻혔고, 탄핵 뒤엔 동해안 산불로 묻혔다”고 말했다.
2024년 12월29일 타이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이 새 떼와 충돌한 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콘크리트 둔덕과 해 폭발하면서 탑승자 179명이 숨졌다. 유족들은 아직도 무안공항에서 사랑하는 가족의 흔적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