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기억도 국경을 넘는다… 세계유산의 역할 모색

전쟁과 강제이주, 역사적 갈등처럼 국경을 넘어 공유되는 기억을 세계유산의 관점에서 어떻게 다룰지 모색하는 국제 논의가 부산에서 열렸다.

 

국가유산청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부대행사로 ‘트랜스내셔널 헤리티지 국제 공동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행사에는 세계유산위원회 참가국 대표단과 유네스코·자문기구 관계자, 국내외 유산 전문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부대행사 ‘트랜스내셔널 헤리티지 국제 공동연구’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트랜스내셔널 헤리티지는 하나의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국가와 공동체에 걸쳐 형성된 역사와 기억, 갈등과 화해의 경험을 뜻한다. 국가유산청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2024년부터 관련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번 행사는 ‘공유된 과거의 재조명, 공동의 미래 모색’을 주제로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국제 분쟁과 기억의 정치, 평화 구축 등 현대 유산 분야의 주요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린 메스켈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21세기 분쟁에서 유산의 무기화’를 주제로 유산이 외교·안보와 국제 분쟁 과정에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되는 양상을 분석했다. 역사적 기억을 둘러싼 갈등과 유산의 정치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협력 방향도 제시했다.

 

위졔 주 호주국립대 교수는 ‘기억의 성좌: 트랜스내셔널 헤리티지 네트워크와 전쟁의 여파’를 주제로 국경을 넘어 서로 다른 기억과 화해의 경험을 잇는 박물관의 역할을 소개했다. 박물관이 전쟁과 강제이주, 역사적 상처에 관한 기억을 공유하고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 네트워크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발표 뒤에는 비판적유산연구학회 창립자인 로라제인 스미스 교수가 사회를 맡아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최재헌 이코모스한국위원회 위원장과 발표자들은 트랜스내셔널 헤리티지 개념이 세계유산 정책과 국제협력에서 지니는 의미와 향후 연구 방향을 논의했다.

 

국가유산청은 국제 연구자·전문기관과의 협력망을 확대하고, 공동의 역사와 기억을 둘러싼 국제 유산 담론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