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공정과효율] 공정위 심사보고서 공개 신중해야

최종 판단 전 사회적 여론 형성될 우려
보건·위생·안전 등 관련만 예외적 허용을

특정 기업을 조사하는지, 조사 결과 보고서인 심사보고서가 송부되었는지조차 확인해 주지 않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오랜 관행이었다. 조사 대상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여론재판이 이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올해 들어 공정위의 기조가 달라졌다.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앞으로도 조사 결과를 적극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수십년간 유지해 온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원칙(NCND)’의 예외를 허용한 것이다. 공정위는 그 이유로 행정의 투명성 제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소비자 피해 예방을 들고 있다. 국민에게 공정위의 활동을 적극 알리겠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김형배 더킴로펌 고문 연세대 법무·경제대학원 겸임교수

그러나 부작용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사무처가 작성한 일방적인 의견서일 뿐 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아니다. 피심인은 심의 과정에서 사실관계와 법률적 쟁점을 충분히 다툴 수 있고, 실제로 무혐의 또는 일부 혐의만 인정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심사보고서가 먼저 공개되면 일반 국민은 이미 위법성이 확정된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기업의 명예와 신용은 훼손되고 주가 하락, 거래처 이탈, 투자자의 신뢰 상실 등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혐의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한 번 훼손된 평판은 회복하기 어렵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공정위의 조직 구조이다. 검찰과 법원은 기소와 재판이라는 기능이 제도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반면 공정위는 조사기능과 심판기능을 하나의 조직 안에서 수행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무처가 작성한 심사보고서의 내용을 의결하기 전에 공개하면 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사회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위원회의 심판 독립성과 중립성, 공정성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준사법기관으로서 공정위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장은 투명성을 높였다는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당국의 신뢰성과 권위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문제는 공개 기준의 불명확성이다. 어떤 사건은 공개하고 어떤 사건은 공개하지 않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자의적 운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업 역시 어떤 사건이 공개 대상이 되는지 예측할 수 없어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예외적으로 공개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보건·위생·안전 등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직접적인 위해를 신속히 예방해야 하는 사안이라면 공익이 기업의 이익보다 우선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일정 범위 내에서 심사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외의 사건까지 투명성과 알 권리만을 이유로 조사 대상 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심사보고서 공개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에 최소한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나 ‘투명성’과 같은 추상적이고 다의적인 표현이 아니라 소비자의 생명·건강 보호, 중대한 위해의 예방, 긴급한 피해 확산 방지와 같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공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형배 더킴로펌 고문 연세대 법무·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