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세계증권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선 시장과 학계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장기적 성장과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 산업정책과 자본시장의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기적인 주가지수 부양이나 단순 자금 투입에서 벗어나, 혁신기업이 제대로 평가받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의 정책적 마중물과 민간 자본의 효율적 배분이 맞물려야만 진정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미래가치 창출 기업에 자본 흘러야”
◆메가프로젝트 성공 위한 조건은
이같은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만의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본력과 데이터 규모에서 밀리는 한국 실정을 감안할 때 피지컬AI와 AI반도체 등 압도적인 강점을 지닌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미국이 민간 주도의 수익성 초과 모델을 취하고 중국이 국가 통제형 집중 모델로 경쟁하는 가운데, 한국은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틈새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시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선언한 3대(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AI) 메가프로젝트는 대규모 하드웨어 생산 능력과 제조 현장 데이터를 갖춘 한국 실정에 맞는 접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고 센터장은 그러면서 대규모 자본 동원 이후 모험자본 투자가 원활히 순환하지 못하는 시장구조를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고 센터장은 “정부 예산이 마중물 역할을 하더라도 자본시장 엑시트 경로의 80% 이상이 코스닥 상장에만 편중돼 있다”며 “기술특례기업 심사 엄격화 등으로 상장 문턱이 높아진 만큼 모험자본이 빠져나갈 우회 회수 경로를 넓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조기 안착이나 인수합병(M&A) 세제 혜택 확대 등 융합적 정책 배려가 시급하다”며 “정부의 국민성장펀드 등 진입 정책과 회수 시장 정비를 반드시 한 세트로 설계해, 들어가는 돈과 돌아 나오는 돈이 함께 도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변동성 원인은 높은 가격”
증시의 구조적 변동성을 통제하기 위해 무리한 정책 개입을 피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이학무 미래에셋벤처투자 벤처투자본부 팀장은 특정 주가지수 레벨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는 행태가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이라는 증시의 ‘자동 안전판’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팀장은 “연기금과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규칙 기반 리밸런싱은 주가 급등 시 과열을 진정시키고 급락 시에는 유동성을 공급해 하락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며 “특정 지수 도달 전까지 주식을 매도하면 안 된다는 인위적인 여론이 형성되면 리밸런싱이 규칙이 아닌 재량으로 변질된다”고 설명했다. 원칙적인 수급 조절 기능이 약화하면서 안전판이 오히려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신 시장의 변동성 원인으로 반도체 주가의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지목했다. 그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긍정적인 내용이 밸류에이션에 과도하게 선반영되고 나면 이후 작은 불확실성에도 큰 변동성을 야기하게 된다”며 “인위적인 지수 목표치에 연연하기보다 흔들림 없이 수급 조절력을 유지하는 것이 안정적인 시장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