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이 국가 간 패권경쟁의 장이 된 가운데 한국이 AI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정부 정책과 함께 자본시장의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한국 주식시장이 생산적 금융의 한 축이 되려면 자본시장 선진화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지수 신기록’에 환호하기보다 꾸준한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장기 투자가 더 유리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세계일보가 ‘코스피 1만시대, 혁신기업 육성을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을 주제로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연 ‘2026 세계증권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자본시장이 정부의 산업정책과 호흡을 맞춰 혁신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박정훈 세계일보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지금이야말로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이를 뒷받침하는 시장 상황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정책의 성과는 자본시장 기반에 의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AI 산업정책의 성공 조건은 명확한 정책목표와 자본시장이 상호 보완적으로 혁신기업으로의 자금조달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의 성숙도 면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은 정책금융 등을 통한 민간 투자 활성화로 단기적·직접적인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장기적으로는 민간 자본시장을 발달시켜 혁신기업의 자금조달에서 정책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주가 변동성의 주범으로 꼽히는 레버리지 ETF에 대해 “죄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레버리지 ETF는 선진국에도 다 있고 마진콜·반대매매 등이 없어 마진거래보다 안전하다”며 “한국시장의 진짜 문제는 레버리지 ETF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변동성을 줄이고 자본시장을 선진화하려면 ‘코스피 1만’처럼 지수 수준을 목표로 잡기보다 ‘연 10%’ 식으로 꾸준한 수익을 내는 시장을 지향하고 보유기간 차등 과세로 장기 투자를 유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대학기금·퇴직연금 등 장기 기관자금을 육성하고 주식시장의 자본조달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