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민선 9기 서울시정과 차기 대권 행보가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이날 1심 유죄 선고에도 형이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오 시장의 시장직이 당장 박탈된다거나 서울시정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직 상실 가능성'을 안고 임기를 수행하게 됐다는 사실 자체가 오 시장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이날 유죄 판결로 오 시장은 당분간 법정 대응과 민선 9기 시정 운영이라는 두 개의 전선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시정 측면에서는 즉각적인 공백보다는 불확실성 장기화가 부담이다.
오 시장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접전 끝에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에 오른 뒤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 등을 민선 9기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역점 추진하고 있다.
시장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만큼 이미 추진 중인 사업과 예산 편성, 인사 등이 흔들릴 가능성은 작지만, 사법 리스크를 떠안고 시정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시정이 사법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주요 정책에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택 공급과 민생·복지, 도시 경쟁력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리더십을 유지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어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판이 장기화하면 정책보다 시장의 거취가 반복해서 부각되면서 시정 메시지가 분산될 수 있다.
새로운 대형 사업을 추진하거나 중앙정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서울시의회와 예산·조례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정책 추진이 제약받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와 야간경제 활성화, 한강·관광 인프라 확충, 강북권 균형발전 등 오 시장의 핵심 사업 상당수는 예산과 조례 등에서 시의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에도 이번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오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국민의힘이 고전한 가운데 서울시장직을 지켜내며 5선 광역단체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수도권과 중도층에 대한 확장성, 풍부한 행정 경험은 여전히 야권의 다른 주자들과 구별되는 오 시장의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과 잇달아 만나며 당내 접촉면을 넓히고 당 운영과 보수 재건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내는 등 정치적 보폭도 넓혀왔다.
그러나 1심 유죄 판결로 여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당내 경쟁 주자들이 도덕성과 본선 경쟁력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생겼다.
한편에서는 오 시장 측이 이번 수사와 기소, 1심 판결을 정치적 공세로 규정하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보수 진영 내 존재감을 키우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추후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아낼 경우 정치적 타격을 상당 부분 회복하는 것을 넘어, 어려운 사법 환경을 이겨냈다는 서사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따라 최종적으로 시장직을 내려놓는다면 정치인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