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긁으며 땅을 파는 시늉을 하거나 엉덩이를 들이대 보호자에게 붙여 앉는 등 반려견은 가끔 보호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곤 한다. 단순한 습관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이러한 엉뚱한 행동 뒤에는 야생의 생존 본능과 정서적 교감 신호가 숨어 있다. 반려견의 대표적인 행동 유형별 원인과 심리를 들여다봤다.
◆ 흙도 없는데 바닥 벅벅 파는 반려견, 이유는?
반려견이 산책 중 대소변을 본 뒤 땅을 차내거나, 흙 하나 없는 집 안 방바닥과 이불을 벅벅 파는 시늉을 하면 ‘행동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우려하는 보호자가 많다. 실외에서는 위생상의 문제가, 실내에서는 이불이나 장판이 훼손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반려견의 이러한 행동은 무작정 혼낼 일이 아니라, 야생의 본능과 심리가 반영된 자연스러운 소통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반려견은 후각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다. 다른 강아지의 영역을 가늠하기도 하고, 건강 상태를 살피기도 한다. 반려견이 대소변을 본 뒤 곧바로 땅을 파는 행동을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자신의 냄새를 더 멀리 퍼뜨린다.
실내에서 방바닥이나 이불을 파는 시늉은 야생의 습성인 ‘체온 조절과 잠자리 조성’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 일반적이다. 개의 조상인 늑대는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흙을,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땅속을 찾기 위해 땅을 파서 굴을 만들었다. 이러한 야생의 습성이나 본능이 남아 실내에서도 자기 전 안락한 잠자리를 정돈하거나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바닥을 파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이불 속이나 가구 밑에 숨겨둔 간식·장난감을 찾기 위한 행동이거나, 산책량이 부족해 남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 따라서 반려견이 바닥을 판다면 무작정 야단치기보다 산책 시간을 늘려주거나 놀이 등을 통해 욕구를 해소해 주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 보호자에게 엉덩이 밀착하는 반려견…왜 그럴까?
야생에서 등이나 엉덩이 같은 무방비한 부위를 노출하는 것은 곧 치명적인 위험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시야가 전혀 미치지 않는 등과 엉덩이를 적이나 포식자에게 그대로 내어주는 것은 생존을 위협받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들은 본능적으로 경계하지 않는 존재에게만 등을 보인다.
이처럼 생존과 직결된 사각지대를 선뜻 내어주는 행동은, 반려견이 보호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등 뒤를 보호자에게 맡김으로써 ‘이 사람 곁에 있을 때는 내 뒤를 경계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전하다’는 무한한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다.
결국 반려견이 엉덩이를 슬그머니 붙이거나 얼굴 쪽으로 밀어붙이는 엉뚱한 행동은 보호자를 향한 깊은 사랑과 애정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하는 대상이라는 마음을 온몸으로 전달하는 셈이다. 따라서 반려견이 엉덩이를 밀착해 온다면 당황하지 말고, 보호자를 향한 최고의 신뢰와 사랑의 신호로 받아들이며 가볍게 쓰다듬어 주는 것이 좋다.
◆ 끝없이 핥는 이유는?
반려견이 보호자의 얼굴이나 손, 특정 물건이나 바닥을 지속해서 핥는 행위 역시 다양한 원인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애정 표현과 적극적인 소통 시도다. 어릴 적 어미 개가 자신을 핥아주며 돌보던 경험을 바탕으로 보호자에게 사랑을 전하거나 관심을 유도하는 행동이다.
개의 습성상 복종 의사를 표현할 때도 대상을 핥는다. 사냥 능력을 갖추기 전인 새끼 시절 어미의 입에서 나온 먹이를 받아먹으며 생존했던 본능도 남아 있다. 야생의 새끼 늑대나 강아지가 사냥을 다녀온 어미의 입 주변을 핥아 먹이를 요구하던 습성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생존 본능과 함께, 무리의 리더에게 존경과 복종의 뜻을 표현할 때 상대의 입이나 얼굴을 핥던 습성이 남아있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냄새나 맛에 대한 호기심으로 핥기도 한다.
다만 보호자가 아닌 반려견 자신의 몸을 특정 부위만 집요하게 핥는다면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흔히 ‘발사탕’이라 불리는 발바닥 핥기나 특정 부위를 반복해서 핥는 행동은 습진, 알레르기 같은 피부 질환이 원인이거나, 극심한 스트레스와 심심함을 해소하려는 강박적 신호일 수 있다. 단순한 애정 표현을 넘어 자기 몸을 과도하게 핥는다면 수의사 진료를 받거나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