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보전 국고보조금 12억 원 부정수급한 연구소장 집행유예

차명계좌·허위 세금계산서로 자기 자금 충당…항소심도 유죄

정부 기관으로부터 생물 다양성 유지를 위한 국고보조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타낸 환경연구소 대표 등이 처벌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22일 도내 한 연구소장 A(68)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춘천지법·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연합뉴스

A씨와 함께 기소된 아내이자 연구실장 B(67)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내렸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 등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생물 보전에 관한 정부 사업들을 수행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총 12억여원을 부정하게 타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50∼70%를 자기 자금으로 확보해야 했는데, 두 사람은 자기 자금 부담 능력이 없음에도 이를 충당할 수 있는 것처럼 '자기 자금 확보 및 지출계획서'를 제출했다.

두 사람은 연구소 직원들에게 차명계좌를 개설하게 한 뒤 지급한 인건비 일부를 되돌려받고, 거래처로부터 받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보조금을 타내는 수법으로 자기 자금을 충당했다.

이들은 법정에서 "받은 보조금을 모두 사업에 썼으므로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보기 어렵고, 정해진 사업을 모두 이행했으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피고인들이 허위 인건비·거래 명세를 만들어 보조금을 받아 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자기 부담에 사용한 행위는 피고인들 주장과 같이 정당성이 다소 결여된 정도에 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자기 자금을 부담할 능력과 의사가 없음에도 가능한 것처럼 보이도록 실제와 다르게 꾸며 담당자를 기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다만 오랜 기간 연구소를 운영해오면서 곤충자원 보존과 분류, 멸종위기종 보호 등 연구 업무에 헌신한 점과 국비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사정을 고려해 A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B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내렸다.

피고인들의 항소로 사건을 다시 살핀 2심은 원심판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양형에 관해서는 '형이 무겁다'는 피고인들 주장을 받아들여 형량을 소폭 감경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