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이 비용을 측근을 통해 대납하게 했다는 혐의 일부가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되면서 공직자격 상실형이 선고됐다. 앞서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씨에겐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과 명씨에 이어 오 시장에 대해서도 유죄 판단이 나온 것이다.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오는 24일 나올 김건희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22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며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을 대납해줄 것을 요청해, 김한정씨가 대납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이 대납 비용으로 추산한 3300만원 중 2100만원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인정해 이 금액에 대한 추징도 명령했다. 특검팀은 오 시장 의뢰로 진행된 여론조사가 10건이라고 봤지만, 재판부는 이 중 5건을 유죄로 인정했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의뢰 및 대납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로 판단했다.
오 시장은 재판에서 2021년 2월쯤 명씨와의 관계가 이미 단절된 상태였으며 김씨가 오 시장 모르게 자발적으로 명씨에게 여론조사비 일부 또는 개인적인 목적의 비용을 지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충분했으며 오 시장이 이를 주도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오 시장은 명씨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먼저 연락을 취해 2021년 1월 20일 명씨로부터 선거전략, 여론조사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며 “(오 시장은) 당내 경선 당시 정치적 입지가 다소 위축된 상태였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후보가 앞선다는 결과가 발표되는 상황에서 여성가산점도 결정된 상태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조건부 출마 선언으로 인해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마찰을 빚자 이를 해결하고 당내 지지세를 확보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라며 “경선이 시민 100% 진행으로 결정돼 공표용 여론조사 역시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을 것으로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 측은 그간 “굳이 불법 무자격 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에 정치자금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여론조사를 의뢰할 이유가 없었다”고도 주장해왔다. 그러나 법원은 오 시장 측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의 강점은 일반 시민 지지도였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공표용 여론조사가 기재되길 원했지만,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명의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보도할 수 없도록 돼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망을 피하기 위해 은밀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구도였으므로, 스스로 자력이 충분했다거나 연구소가 자격을 갖췄는지 여부는 판단에 결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다만 범행이 당내 경선 과정에서 약 한 달간 이뤄졌고 오 시장이 이후 명씨와 직접적인 접촉이나 관계를 이어가지 않은 점은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 실제 조사 결과가 대부분이 오 시장에게 불리하게 나온 점도 참작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하며 5년간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집행유예 이상이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 사건 재판장인 조형우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2기)는 앞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서는 공사 실세인 유동규 전 본부장과 민간사업자 간 결탁을 ‘부패범죄’로 판단하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선고를 비롯해 명씨 여론조사와 관련한 하급심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앞서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씨는 1, 2심에서 명씨가 본인의 홍보와 입지 강화를 위해 일방적으로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김건희씨와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명씨와 순차적이고 암묵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