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한 달여 만에 사법 리스크… 보수 대권주자 위상 흔들리나 [오세훈 1심 유죄]

벌금 1000만원 당선무효형 파장

與 정원오후보에 1.15%P차 신승
영남권 제외한 유일 국힘 단체장
야권서 차기 대권주자로 몸값 올라

서울시정과 동시에 재판 부담
吳 “상급심 통해 바로 잡을 것”
국힘 “정치판결”… 與 “사필귀정”

초선 때 입법한 ‘오세훈법’ 따라
刑확정 땐 5년간 공직·임용 제한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에 오르며 보수 진영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오세훈 시장이 1심 당선무효형 선고로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서울시정의 안정성은 물론 국민의힘 비당권파의 구심점과 차기 대권 경쟁, 보수 재건 구도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이 항소 방침을 밝히면서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고개숙인 吳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총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 김한정씨에게 3300만원 상당의 비용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뉴스1

◆보수 유력 잠룡의 사법리스크

 

오 시장은 6·3 지방선거에서 초반 열세를 딛고 서울을 수성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에게 뒤처지는 결과가 나왔지만, 개표 결과 단 1.15%포인트의 득표율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후폭풍과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 행진으로 국민의힘에 불리한 구도였다는 점에서 오 시장의 존재감이 더욱 돋보였다. 영남권을 제외하고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을 거머쥔 지역은 서울이 유일하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장동혁 대표 등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둔 채 개인 경쟁력으로 당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거 이후에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한동훈 의원과 함께 당내 비당권파의 양대 구심점으로 부상했다.

 

오 시장은 인구 1000만 수도 서울의 수장으로서 부동산뿐 아니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입장을 밝히며 대여 투쟁의 전면에 섰다. 그는 전날에도 국민의힘 수도권 5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과 조찬 회동을 하고 당대표제 폐지와 국민공천 제도화 등을 논의하는 등 당 쇄신과 보수 재건을 겨냥해 정치적 보폭을 넓혀왔다. 당 안팎에서 자연스럽게 오 시장이 향후 당 쇄신을 비롯한 보수 재건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배경이다.

 

이번 1심 결과로 오 시장의 입지가 일부 위축되면서 국민의힘 비당권파의 세력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과 함께 비당권파의 한 축을 형성해온 한 의원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복당과 당내 리더십 발휘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판결이 예상보다 무겁지만 당장 오 시장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보수 진영의 소중한 자산인 만큼 국민의힘에는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의원을 거리를 두고 지켜보던 이들도 그의 행보를 더 주의 깊게 볼 수 있다”며 “아직 1심인 만큼 지켜봐야 하고, 한 의원도 이를 반길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반대로 오 시장이 상급심에서 무죄나 벌금 100만원 이하의 형을 받게 될 경우 과거 이재명 대통령의 사례처럼 사법리스크를 이겨낸 서사가 더해지며 대권가도에 한층 힘이 실릴 수도 있다.

 

서울시정에도 부담이 불가피하다. 오 시장이 항소심과 상고심에 대응하는 동안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치적 동력이 약화하거나 공직사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1심 판결만으로 직무가 정지되거나 시장직을 잃는 것은 아닌 만큼 오 시장은 시정과 재판 대응을 병행할 방침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당혹’, 與 ‘사필귀정’

 

국민의힘은 “사법정의를 무너뜨린 정치 판결”이라고 반발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검법상 신속재판 규정에 따라 이르면 내년 초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최악의 경우 내년 4월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릴 수도 있다.

 

장동혁 대표는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아쉬움이 크다. 항소심에서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오 시장을 지원사격했다.

 

오 시장 측도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증거 없이 가능성만으로 내려진 판결”이라고 반박했다.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1심 판결 직후 “재판부는 직접적인 지시나 관여를 입증할 증거가 없음에도 명태균 개인의 일방적인 진술과 주변 정황만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했다”며 “즉시 항소해 사실관계와 법리를 다시 충실히 다투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도 “이번 1심 판결은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에 있어 중대한 오류”라며 “상급심에서 바로잡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오른쪽)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으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 전에 엄정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박 의원 왼쪽은 김영호 의원. 연합뉴스

반면 여당은 오 시장을 향해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라”며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정치 브로커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시킨 명백한 범죄에 대한 사필귀정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선고의 본질은 명확하다”라며 “명백한 정치자금법 위반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 자체를 훼손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판결로 오 시장이 초선 의원 시절 입법을 주도한 이른바 ‘오세훈법’이 재조명받고 있다. 오 시장이 2004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아 주도한 ‘정치개혁 3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에는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5년간 공직 취임·임용을 제한하고, 현직자는 퇴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오 시장에게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자신이 주도한 ‘오세훈법’에 의해 시장직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