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특수단이 뒤집은 그 발표 “장윤기는 몰랐다”

‘장윤기, 피해자 면식’ 발표 정정한 특수단 ‘사과’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는 모습. 사진=뉴스1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이 “장윤기가 범행 이전부터 피해자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던 지난 15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 내용이 사실이 아니었다며 이를 정정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 특수단, ‘피해자 면식’ 정황 정정하고 유가족에 사과

 

특수단은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5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 당시 언급한 ‘장윤기가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황’에 대해 수사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해당 정황과 관련해 압수수색 등 다각도로 수사한 결과 장윤기가 범행 이전부터 피해자와 면식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특수단은 지난 15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장윤기가 범행 훨씬 이전부터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인지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관련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당시 초동수사팀도 관련 정황을 확인했지만 이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특수단은 “장윤기가 사용하던 휴대전화 공기계에서 관련 정황을 확인했다”면서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노린 범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추가 수사 결과 이 같은 정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특수단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과정이 장윤기 사건 수사에서 성적 목적이 있었는지를 밝힐 중요한 단서를 초동수사팀이 확인하지 않은 과오를 규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내용을 발표하기 전 피해자 유가족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도 유가족과 긴밀히 소통하며 신중하고 투명하게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강간살인 혐의 배제와 부당한 수사 지시 여부 집중 추궁

 

이번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수사의 핵심 초점은 수사 지휘부가 사건 처리 전반의 의사결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특수단은 결박 도구로 쓰일 수 있는 케이블타이와 주요 부위가 훼손된 리얼돌의 존재를 경찰이 알고도 초기 압수수색에서 이를 확보하지 않은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피의자 장윤기에게 강간 등 살인 혐의 대신 형량이 낮은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한 배경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가 중점 규명 대상이다.

 

이를 위해 특수단은 20일 구치소에 수감 중인 장윤기를 상대로 첫 접견조사를 진행했다.

 

수사관들은 구치소를 직접 방문해 초기 경찰 조사 당시 담당 형사들의 수사 방식과 강간살인 혐의 배제 과정에서 수사팀의 부당한 조력이나 축소 시도가 있었는지 당시 정황을 다각도로 확인했다.

 

◆ 전 형사과장 구속영장 기각…검찰도 병행 수사 속도

 

이러한 가운데 사건 당시 수사 지휘 라인이었던 전 광산경찰서 형사과장 박모 경정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전날인 2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최윤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주요 증거가 이미 확보돼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일부 사실관계와 법리적 평가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수단은 기각 사유를 검토해 향후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 묻지마 범죄로 위장한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의 전말

 

피의자 장윤기(23)는 지난 5월5일 오전 0시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귀가하던 17세 고교생 고 이채원 양을 흉기로 살해했다.

 

장윤기는 비명을 듣고 도우러 온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체포 직후 그는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다 홧김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찔렀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의 보완 수사 결과 이 사건은 철저히 계획된 범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윤기는 범행 이틀 전인 5월3일 직장 동료였던 20대 베트남 여성의 집에 침입해 13시간 동안 감금하고 성폭행했다.

 

이 여성이 탈출해 신고하자 장윤기는 경찰의 경고 문자에도 30시간 동안 이 여성을 스토킹하며 찾아다녔다.

 

끝내 분노를 참지 못한 장윤기는 범행 대상을 무고한 이 양으로 바꿔 1.2km를 미행했다.

 

그는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세운 뒤 뒷좌석 문을 열어두고 이 양의 목을 졸라 제압해 차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으나, 이 양이 거세게 저항하자 흉기로 무참히 살해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는 경찰의 심각한 부실 수사와 유착 정황이 드러났고, 국가수사본부는 ‘유구무언’이라며 공식 사과했고, 해당 수사팀 전원을 업무에서 배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