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뇌전증과 싸워온 50대 여성, 마지막 순간 6명에 ‘새 삶’

유족들 "뇌전증 환자도 장기 기증할 수 있는 점 알려지길"

가족과 식사 중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50대 여성이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기증자 윤명애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일 고려대학교구로병원에서 윤명애(54) 씨가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6명의 환자에게 생명을 나눴다고 23일 밝혔다.

 

윤 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발작 증상을 보여 뇌전증 진단을 받고 오랜 기간 치료와 약물 복용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달 27일 가족과 식사하던 중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고, 치료에도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가족은 평소 윤 씨가 자신처럼 몸이 아픈 사람들을 걱정하고 배려했던 만큼, 마지막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윤 씨는 폐와 간, 양측 신장, 양측 안구를 6명의 환자에게 기증했으며 피부 등 인체조직도 함께 나눴다.

 

윤 씨의 맏언니는 “동생이 누군가의 몸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1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난 윤 씨는 잦은 발작과 증상에 대한 불안감으로 혼자 외출하거나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언니의 권유로 문화센터에서 퀼트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는 윤 씨가 꾸준히 이어온 유일한 취미가 됐다.

 

오랜 시간 질환을 겪어온 윤 씨는 아픈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어머니가 여러 차례 입원했을 때는 형제들을 대신해 간병을 맡았고, 주변에 누군가 아프다는 소식이 들리면 자신의 일처럼 걱정했다.

 

맏언니는 동생이 또래처럼 평범한 일상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채 떠난 것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더 밖으로 나가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잔소리를 많이 했다. 그러다 자주 부딪쳤는데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먼저 떠난 아버지 곁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하며 지냈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윤 씨의 가족은 뇌전증을 앓았던 고인도 의료진의 판단을 통해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길 바랐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생명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고, 윤 씨가 따뜻한 사람으로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자신도 오랜 시간 치료를 이어왔음에도 주변의 아픔을 살폈던 윤명애 님의 따뜻한 삶이 생명나눔으로 이어졌다”며 “힘든 이별의 순간에도 숭고한 결정을 내려준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