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여당 주도로 국회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계획서를 일방 처리한 것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됐다.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의 국정조사 계획서 가결 선포 행위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23일 국민의힘 곽규택 법률자문위원장(의원) 등 7명이 제기한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간의 권한쟁의’ 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에 대한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앞서 3월19일부터 22일까지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공소청 및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그리고 ‘윤석열 정권 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의 건’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차례로 상정돼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대응했으나 법안 처리를 막지 못했다.
이에 곽 의원 등은 대장동,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과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고 현행 법률을 정면 위반한 것이라며 3월25일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국정조사 및 감사에 관한 법률 8조는 감사·조사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및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헌재는 “본회의에 안건이 상정돼 토론과 표결이 이뤄지고 참여 기회가 부여된 이상 안건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심의·표결권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권한쟁의심판이 적법하려면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로 청구인들의 권한이 침해됐거나 침해될 현저한 위험이 인정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청구인들은 먼저 이 사건 국정조사가 계속 중인 수사 또는 재판에 개입할 목적을 가진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주장하나, 이는 의결된 안건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일 뿐, 그 자체로 청구인들의 고유한 권한이 침해됐다는 주장으로 볼 수 없다”고 짚었다.
곽 의원 등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별도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구성된 것은 국회법에 위반된다고도 주장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3조 제3항에 따라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구성하는 것으로서 본회의 의결로 구성되는 국회법 제44조 제1항의 특별위원회와 달리 그 설치·구성에 본회의 의결을 요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정조사계획서에 위원회의 구성, 위원 수 및 활동기간 등 특별위원회 설치·운영 관련 사항이 포함돼 본회의의 심의와 의결을 거쳤으므로 곽 의원 등에게 이와 관련한 심의·표결의 기회가 전혀 부여되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헌재는 “청구인들은 충분한 대화와 토론이 보장되지 않은 채 의결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절차상 하자가 있었는지를 특정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청구인들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요구로 무제한토론이 정상적으로 실시됐고 청구인들을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스스로 퇴장하여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심의·표결권을 행사할 기회가 부여되었음에도 이를 행사하지 않은 사정만으로는 권한침해나 그 현저한 위험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