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을 찾아내고 재난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한다. 군견과 경찰견, 인명구조견 등 국가봉사동물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현장에 투입된다. 그러나 임무를 마친 뒤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새 가족을 만나지 못한 상당수가 소속 기관에 남는다.
은퇴 봉사동물의 노후를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민사회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단법인 지속가능발전연구소 마침표는 23일, 은퇴 국가봉사동물의 지원과 관리를 법제화하기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지난 20일에는 전용 사이트 ‘히어로독’을 열어 온라인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마침표는 지난 21일 사단법인 한국제이씨특우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22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와도 협약을 맺었다. 협약 기관들은 입법 필요성을 알리고 회원과 시민의 서명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2024년 은퇴한 국가봉사동물은 284마리다. 이 가운데 민간 가정에 입양된 동물은 64마리로 전체의 22%에 그쳤다. 나머지 220마리는 소속 기관의 보호에 머물렀다.
활동 중인 봉사동물 규모도 집계 기준에 따라 다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4년 공개한 국가봉사동물은 약 1100마리다. 군견과 경찰견을 비롯해 철도경찰·검역·세관 탐지견, 119 구조견 등이 포함됐다.
2025년 8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공개한 자료에서는 장애인보조견을 제외한 국가 소속 봉사동물이 885마리로 집계됐다. 국방부 534마리, 행정안전부 253마리, 농림축산식품부 82마리, 국토교통부 16마리다.
농식품부는 매년 약 150마리가 민간 입양 대상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수치에는 노령이나 질병으로 은퇴한 동물뿐 아니라 훈련을 받았지만 최종 선발되지 않은 동물도 포함된다.
국가봉사동물은 대형견이 많고 통상 여러 해 동안 고강도 임무를 수행한 뒤 은퇴한다. 노령이나 질병으로 지속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아 입양 가정이 져야 할 경제적 부담도 크다.
정부와 민간단체가 진료비·사료·장례비 할인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전국의 봉사동물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행정·재정 지원 체계는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봉사동물의 관리 주체도 국방부와 경찰청, 소방청, 관세청 등으로 나뉘어 있어 이력과 은퇴 후 생활을 통합 관리할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김예지 의원이 지난해 8월 대표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봉사동물과 은퇴 봉사동물의 사육·관리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은퇴 봉사동물 보호시설을 지정하거나 설치할 수 있는 근거도 담았다. 법안은 현재 소관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마침표는 이번 서명운동을 통해 법안 심사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등과도 협약을 추진해 참여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협약 기관들은 입법 홍보와 서명 독려뿐 아니라 은퇴 봉사동물 입양 캠페인, 입양 가정의 의료비 지원을 위한 후원금 모금 등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영 마침표 이사장은 “국가를 위해 평생 일한 봉사동물이 임무를 마쳤다는 이유로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생명의 헌신을 어떻게 기억하고 책임지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이라며 “2026년 안에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마침표는 오는 9월 국회 정책 포럼 등을 열어 은퇴 봉사동물 지원 법제화의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