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쯤 가게 문을 여는데 창문 너머 제비 가족들의 모습이 보여요. 꼭 날 반겨주는 것 같아요.
그럼 나도 ‘안녕 제순아∼’ 하고 마음속 인사를 하지요. 좀 커서 지금은 둥지에 없어요.
저녁에 다시 들어와요.” 정육 가게를 운영하는 김나윤 사장님의 제비 이야기다.
“여긴 3년 전부터 오기 시작했어요. 서울에 올여름 첫 폭우가 쏟아지던 날, 앞집에 둥지를 튼 제비 부모가 새끼들을 잃었어요.
거센 비에 둥지까지 떨어져 제비 새끼 4마리가 죽었어요. 떨어진 둥지가 솔잎으로 만들어진 걸 보고 좀 마음이 그랬어요.
둥지가 튼튼하지 못했구나, 좋은 재료로 만든 둥지가 아니구나 하고요.
그날 꽤 많은 제비가 떨어진 둥지 근처 전깃줄 위에 모여 밤늦게까지 있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아주 늦게까지요.” 사장님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서울 송파구 몽촌토성 옆 동네를 거주지로 삼은 제비들의 이야기이자 주민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름이 한창이다. 비가 쏟아지고 햇볕이 뜨겁게 내리쬔다. 이맘때쯤이면 대표적인 여름 철새인 제비들이 새끼를 낳고 기르고 왕성한 활동을 할 시기다. 그러면 서울에선 잘 볼 수 있나? 그렇지 않다고 단언해도 좋을 정도로 보기 힘들다.
6월 중순 서울 성북구와 동대문구 일대를 지나는 정릉천 산책길에서 우연히 제비를 봤다. 전깃줄에 앉은 네 마리 새의 자태가 남달랐다. 바깥꽁지깃이 긴 모양이 제비들이었다. 시골에선 논밭이 있는 인가 부근에 자리를 잡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논밭 대신 먹이가 될 만한 곤충이 많은 개활지와 하천, 사람들이 드나드는 집이나 가게 정도가 필수 조건이다. 사람 사는 곳을 택하는 이유는 천적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이다.
물어물어 찾아간 서울의 제비 서식지는 대부분 하천을 끼고 있었다. 정릉천이 있었고 성내천이 있었고 탄천이 있었다. 서울의 한강은 더 좋은 서식 환경일 듯하다. 아마 지금도 서울 구석구석 어디에선가 제비들은 알을 품고 낳고 기르고 있을 것이다.
“3년째 이곳에 제비집을 지었는데 올해는 안 왔어요. 요즘은 제비들이 가게 앞 건조대에 모이기도 하는데 아마 부근 어디엔가 둥지를 틀었나 봐요. 제비들은 한 번 더 알을 까는데 혹시 여기로 올지도 모르지요.” 정성스레 보수한 둥지를 찾지 않은 한 참기름 가게 사장님 이야기다.
“올해 처음 왔어요. 저번 달부터 동네서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곳에 둥지를 만든 건 처음이에요.” “주민들이 드나들기 때문에 불편해서 둥지를 못 만들게 하려고도 했는데 어쩔 수 있나요. 지금은 둥지 아래 종이 박스를 깔아 똥을 받아요. 같이 잘 지내야지요.” 연립주택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천장 전등 위에 둥지를 튼 제비를 받아준 주민들의 이야기다. 이곳 새끼들은 무럭무럭 자라 둥지를 떠났다.
여름철 한국에서 가족들을 만든 제비들은 겨울이 오기 전 따뜻한 곳으로 이동한다.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나라로 가 겨울을 보낸다. 가을, 제주 등을 거쳐 남쪽 나라에 갔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면 이동 거리만 8000~9000㎞에 달한다. 그 조그만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날까? 한국을 찾는 제비들의 개체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제비는 서울시 ‘보호야생동물’ 지정 개체다. 지금은 제비를 서울에서도 간간이 볼 수 있지만 언젠가는 청정 시골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제비들이 마음 놓고 찾아오는 도시, 그런 도시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