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주가조작·금품수수·무상 여론조사’ 혐의 등 이른바 3대 의혹 사건의 상고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했다.
김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명태균 여론조사’ 부분에 대해 윤 전 대통령과 명씨는 유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유죄가 선고되는 등 관련 사안에 대한 하급심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이 사안을 신중히 따져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당초 24일 오후 2시로 예정된 김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선고 일정을 ‘추정’(추후 지정)으로 변경했다. 선고 기일을 당장 지정하지 않고 무기한 연기한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회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재판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해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1명 등 12명 모두가 심리에 참여하게 됐다.
이 사건은 당초 대법원 2부에서 주심 박영재 대법관과 재판장인 권영준 대법관, 오경미·엄상필 대법관이 16일 선고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씨와 동일한 무상 여론조사 수수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 영향으로 24일로 선고가 연기됐다.
김씨가 2021년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명씨로부터 2억7440만원의 여론조사를 58회 공짜로 제공 받는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게 ‘무상 여론조사 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핵심이다.
앞서 김씨는 1·2심에서 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자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은 같은 혐의에 유죄를 선고받은 윤 전 대통령과 명씨의 1심 판결을 고려해야 하므로 선고를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14일 대법원에 냈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어 변경된 선고기일을 하루 앞두고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 1심 재판부가 김씨를 공동정범으로 판단한 점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날 오 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및 비용 대납’ 혐의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 점도 전합 회부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대법원 상고심은 대부분 소부에서 선고된다. 하지만 종전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거나 소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에 따르면 △중대한 공공의 이해관계에 관련되거나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 △우리 사회의 근본적 가치에 관한 결단을 제시할 만한 사건 △사회적 이해충돌과 갈등대립 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종 판단이 필요한 사건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한 쟁점을 다루는 사건 △중요한 일반적 법 원칙을 강조하여 선언할 필요가 있는 사건 등 5가지 요건이 회부 기준이다.
소부 대법관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에도 회부할 수 있다.
대법원은 조만간 이 사건을 논의할 전원합의 기일 날짜를 잡을 전망이다. 대법관들의 의견이 모이면 선고일자를 잡고 대법정에서 판결을 생중계로 선고한다. 특검법상 ‘6·3·3 규정’에 따라 김씨의 상고심 선고 시한은 이달 28일이지만, 대법원이 좀 더 신중히 법리를 따져본 뒤 선고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