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만원짜리 헬스장 회원권을 끊을까 말까 고민한다. 러닝화를 사고 달리기를 시작할지, 주말마다 산을 오를지 망설인다. 골프와 테니스, 파크골프를 배우는 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운동은 시작하는 순간부터 돈이 드는 취미처럼 보인다. 정말 손해 보는 지출일까.
데이터는 다른 답을 내놓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와 국내 공공 통계는 꾸준히 운동한 사람일수록 의료비 부담이 낮았음을 보여준다. 이미 한국 의료비의 대부분은 만성질환 치료에 쓰이고 있어 예방의 가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4일 질병관리청의 최신 ‘만성질환 현황’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성질환 진료비는 약 90조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80.3%를 차지했다. 건강보험 진료비 10만원 가운데 8만원 이상이 만성질환과 관련된 셈이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28만2000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78.8%에 달했다.
질환별 의료비 부담도 크다. 순환계통 질환 진료비는 약 14조원, 암은 10조7000억원에 이른다. 성인 고혈압 유병률은 20.0%, 당뇨병 유병률은 9.4%다. 고혈압 유병자의 인지율은 71.2%, 치료율은 66.9%, 조절률은 50.4%였으며, 당뇨병은 인지율 66.6%, 치료율 62.4%, 조절률 24.2%로 나타났다.
물론 이 모든 질환을 운동 하나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 요인과 식습관, 음주, 흡연, 연령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다만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고혈압과 당뇨병, 비만 등 주요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의학계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인의 신체활동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질병관리청 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4명 중 1명 수준에 머물렀고,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도 53.1%에서 52.5%로 감소했다. 지역별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서울 27.3%, 인천 24.4%, 경기 24.1%, 강원 24.0%였다. 강원 지역 여성 실천율은 13.6%로 남성 27.2%의 절반에 그쳤다.
그렇다면 실제로 운동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는 의료비 차이가 나타날까.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코호트를 활용한 국내 연구에서 연구진은 2009~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표본코호트에서 두 차례 이상 건강검진을 받은 비만 성인 11만2531명을 분석했다. 남성은 6만6700명, 여성은 4만5831명이었다. 신체활동 변화에 따라 비운동군, 운동 중단군, 운동 시작군, 운동 유지군 등 네 그룹으로 나누고, 건강보험이 부담한 외래와 입원 진료비를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의료비를 비교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운동을 꾸준히 이어간 사람은 의료비가 가장 적었고,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은 가장 많았다. 운동을 시작한 사람도 비운동군보다는 의료비 부담이 낮았다. 신체활동량이 적을수록 평균 의료비와 초과 의료비가 증가하는 경향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차례 건강검진 사이 의료비 증가폭은 운동 중단군에서 가장 컸다. 그다음은 비운동군, 운동 시작군, 운동 유지군 순이었다. 연령과 질환별로는 65세 이상 고령자에서 신체활동 변화와 의료비의 관계가 특히 강하게 나타났고, 제2형 당뇨병과 고혈압을 함께 가진 사람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졌다.
다만 이 결과를 ‘운동하면 누구나 병원비가 줄어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 대상이 비만 성인으로 한정됐고 관찰연구라는 특성상 운동 자체가 의료비 감소를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강 상태가 상대적으로 좋은 사람이 운동을 지속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11만2531명을 분석한 대규모 건강보험 연구에서 운동을 유지한 사람의 의료비가 비운동군보다 낮은 경향이 확인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운동에도 비용은 든다. 월 5만원짜리 헬스장 회원권만 해도 1년이면 60만원이다. 러닝화와 운동복, 자전거, 라켓, 골프채까지 더하면 지출은 커진다. 운동 과정에서 부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운동비와 의료비의 관계를 단순한 공식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운동의 경제적 가치를 따질 때는 지출만 볼 것이 아니라 운동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용까지 함께 봐야 한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생기면 병원과 약국을 찾아야 하고, 질환이 악화되면 입원과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개인의 의료비 부담뿐 아니라 건강보험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커진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 2025년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했다. 2024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51만원으로 전체 인구 평균 226만원의 2.4배였다.
고령인구 비중은 앞으로 더 커진다. 2030년대 중반에는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2050년에는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건강보험 재정과 국가 재정이 감당해야 할 의료비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체육정책은 스포츠 참여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초고령사회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운동을 시작했는지보다, 얼마나 오래 운동을 이어갔는지가 더 중요한 정책 지표가 될 수 있다.
운동에 쓰는 돈은 당장의 지출이다. 하지만 운동하지 않는 대가는 훗날 더 큰 의료비로 돌아올 수 있다. 운동은 개인의 취미를 넘어 미래 의료비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예방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