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된 우크라 국방장관, 젤렌스키에 “부총리 싫다… 복직 원해”

젤렌스키 “국방 혁신 담당 부총리 맡아 달라”
페도로프 “승리 비결 알아… 원상복귀 희망”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국방부 장관 경질의 ‘후폭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방장관 교체에 성난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해결이 난망해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과 미하일로 페도로프 전 국방부 장관. 젤렌스키는 군부 내 극심한 알력을 이유로 지난 16일 페도로프를 전격 해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미하일로 페도로프(35) 전 국방장관은 이날 젤렌스키로부터 국방 혁신 담당 부총리로의 승진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페도로프는 “대통령께 감사를 표한다”면서도 “전쟁의 흐름을 결정하는 존재는 전장에 있는 군인들 말고는 대통령, 국방장관, 군 총사령관 이 세 가지 직책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월 국방장관에 임명됐을 때 나와 우리 팀은 전쟁을 끝낼 구체적 계획을 갖고 있었다”며 방공, 전선 안정화 그리고 러시아 경제를 겨냥한 직접 타격 세 가지를 꼽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6개월 동안 이 계획을 일관되게 실행했다”며 “그 결과 최근 몇 년 동안 처음으로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높은 직책이나 지위를 추구한 적이 전혀 없다”고 강조한 페도로프는 “나는 단지 우크라이나가 승리에 더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얻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 정부에서 원래 내 일자리(국방장관)를 되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젤렌스키는 군부 내 극심한 알력을 이유로 페도로프를 전격 해임했다. 마케팅 전문가 출신인 페도로프는 국방장관 취임 후 장거리 드론 전술을 도입해 전쟁의 판도를 바꿔놓은 혁신가로 통한다. ‘드론 영웅’으로까지 불리는 페도로프가 물러나자 분노한 시민과 군인들이 수도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해임된 미하일로 페도로프 전 국방부 장관의 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위기 의식을 느낀 젤렌스키는 지난 21일 페도로프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올렉산드르 시르스키(60)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도 경질했다. 그러면서 “국방장관을 제외한 다른 직책을 줄 수 있고, 부총리로의 승진도 가능하다”는 말로 페도로프를 달랬다. 하지만 페도로프는 “국방장관 복직이 아니면 안 받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구시대 군인으로 낡은 전략·전술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시르스키의 해고를 환영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시르스키 해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페도로프가 국방장관에 복귀할 때까지 거리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가 정치적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략 후 처음 잡은 전쟁의 주도권을 놓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