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귀가했는데 왜 인사 안 해” “이별 통보하며 미안해하지 않아”… 계속되는 교제폭력 [사사건건]

잇따르는 친밀관계 폭력
아내 손도끼 폭행한 특수상해 60대 징역형 집행유예
외도 의심해 아령으로 살인 미수한 80대 징역형
이별 통보에 분노…연인 살해한 20대 재판 진행 중

귀가한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내를 손도끼로 해친 60대 남성에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또 다른 80대 남성은 다른 남성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에서 둔기로 아내의 머리를 내리쳐 상해를 입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정부가 젠더 폭력 대응 강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친밀한 관계 안에서의 젠더 폭력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심동영 판사는 지난 8일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이모(63)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올해 2월25일 서울 광진구 자신의 집에서 배우자인 피해자 A(59)씨에게 손도끼를 들이대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가 ‘귀가한 자신에게 인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가 나 범행했는데, 이씨는 손에 도끼를 든 채 주방으로 도망한 아내를 뒤쫓아가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귀가한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내를 손도끼로 해친 60대 남성에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제공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피해자에게 ‘한 번만 더 말하면 혼난다’라고 말하며 둔기를 들었고, 조사 과정에서 범행 당시 화가 났었다고 인정했다. 이씨는 피해자를 다치게 한 이유를 묻는 딸에게 ‘아는 척을 안 해서 그랬다’는 취지로 답하기도 했다. 이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아내를 다치게 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심 판사는 이런 사정을 들어 “이씨가 도끼에 의해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심 판사는 “상해 정도가 그리 중하지 않고,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전과가 없는 점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가정 폭력으로 인한 상해는 연령을 불문하고 잇따르고 있다. 법원은 아내의 외도가 의심된다며 폭행한 끝에 아령으로 아내의 머리를 내리쳐 다치게 한 80대 남성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충정)는 지난 10일 살인미수 혐의로 김모(85)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5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김씨는 올해 1월16일 아내 B(81)씨와 함께 다니던 헬스장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며 남성들과 다투었는데 B씨가 자신의 편을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튿날 오전 서울 강동구에 있는 집에서 김씨는 “왜 나를 속이냐”며 “헬스장에서 본 두 놈 중 어떤 놈이랑 잤냐”고 추궁하며 B씨를 폭행했다. 피해자가 “그 사람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대답하며 대항하자 김씨는 아내를 넘어뜨린 상태에서 아령으로 머리 부위를 수차례 내려쳤다. 이후에도 김씨는 B씨의 몸을 무차별적으로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이전에도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노출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한 보호관찰 명령을 내린 데에 대해 “피고인은 감정 및 행동 통제에 어려움을 보이는 사람으로, 살인미수 범죄를 저질렀고 그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며 의심과 분노의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등을 고려하면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김씨가 이전에도 피해자를 폭행했고 어릴 적 자신에게 손찌검하기도 했다”는 자녀의 진술도 나왔다. B씨는 병원 치료 과정에서 자녀에게 “피고인이 너무 무섭고 출소하면 자신을 죽이러 찾아올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과 범행 직후 경찰에 신고한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유리한 정상이라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상당한 공포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향후에도 심한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와 가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동부지법에서는 지난달 1일 이별 통보한 연인의 집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왕모(24)씨 재판도 진행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왕씨는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하며 미안해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질식사에 이르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왕씨는 피해자를 둔기로 때리고 흉기로 찌르고 모을 졸라 숨지게 하는 등 잔혹하게 범행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왕씨는 조사 과정에서 ‘우발적 살인’을 주장했으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왕씨 휴대전화에서는 ‘두개골 구조’, ‘후라이팬 머리 맞아 사망’ 등을 검색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