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두 달 더 연장한다. 계란과 고등어 수입량을 늘려 공급을 확대해 먹거리물가 안정 대책도 지속해 최근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한 소비자물가를 이달부터 다시 2%대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와 공급망 변동성이 여전히 이어지는 만큼 국민 체감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선제 대응 차원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중동전쟁 관련 물가·공급망 대응 및 향후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구 부총리는 “2개월 연속 3%를 상회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달에는 2%대로 낮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정부는 현재 적용 중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오는 9월30일까지 두 달 연장한다. 휘발유는 15%,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각각 25%의 인하율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세금 인하 폭은 휘발유 리터당 122원, 경유 145원, 부탄 51원 수준이 유지된다.
정부는 지난 6월 중동전쟁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다시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와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당장 유류세를 정상화하기보다 향후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에 대비해 정책 대응 여력을 확보하면서도 국민 유류비 부담은 계속 낮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산업과 물류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경유와 소형 트럭 등 서민 연료로 쓰이는 LPG 부탄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인하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 정책도 추진한다. 정부는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총 2억3000만개의 신선란 수입계획을 세우고 이 중 5224만개 수입을 완료했다. 수입한 신선란은 8월 초까지 주당 약 2000만개 수준으로 시장에 공급해 계란 가격을 관리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국내 산란계 생산량이 회복되는 상황을 고려해 수입 속도를 탄력적으로 조절하기로 했다. 또 미국 중심이던 수입선을 뉴질랜드와 폴란드 등으로 확대하고, 미국산 계란도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지역을 세분화해 수입 허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계란 공급 기반도 확충한다. 정부는 내년 275개 농가를 대상으로 총 3700억원 규모의 증·개축 자금을 지원하고, 공급 과잉 시 계란가공품을 비축할 수 있도록 민간 비축시설과 운영자금도 시범 지원할 계획이다. 질병 위험이 낮은 지역으로 대규모 산란계 농장을 이전할 수 있도록 살처분 보상 확대와 금융 지원 등 인센티브도 마련하기로 했다.
고등어는 국내 생산량이 늘고 있지만 노르웨이 어획쿼터 축소에 따른 수입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점을 고려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다. 정부는 영국과 노르웨이에서 1200톤(t)을 추가 직수입하고, 한·칠레 정부 간 협의를 통해 신규 공급선을 확보하기로 했다. 앞서 노르웨이 현지에서는 2000톤 규모의 직수입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페로제도와도 안정적인 공급 협력 기반을 구축했다. 국내 소비 규격인 중·대형 고등어의 수출 증가에 대비해 정부 수매를 통해 내수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병행한다.
수급이 안정된 품목에 대해서는 규제를 일부 완화한다. 중동전쟁 이후 시행했던 의료용 주사기와 주사침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개정해 보관량 기준을 전년도 월평균 판매량의 150%에서 200%로 완화하고 판매량 제한은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 다만 요소수와 요소는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한 달 더 연장해 8월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중동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도 석유류를 중심으로 상승 압력을 받았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3.1%)과 6월(3.2%) 연속 3%를 웃돌았다. 지난달은 석유류 가격이 24.7% 오르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0.93%포인트(p) 끌어올리면서 소비자물가가 2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중심으로 구성돼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3.4% 올라 2024년 4월(3.6%)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히 석유류와 계란, 고등어 등 생활밀착 품목 가격이 서민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그동안 시행한 물가 안정 대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확대를 통해 중동전쟁이 이어진 3~6월 평균 소비자물가를 0.7%포인트 낮췄다. 해당 조치가 없었다면 평균 물가상승률은 3.5%까지 높아졌을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 같은 기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를 기록했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한국의 에너지 가격 대응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최근 두 달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웃돌면서 체감물가 부담이 커졌다고 보고 이달 물가 상승률을 2%대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을 이어가고, 폭염과 집중호우 등 여름철 기상 여건에 따른 농축산물 수급 상황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할당관세가 실제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지도록 하반기 돼지‧닭고기, 고등어, 식품원료 합동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추석 전인 9월 중 별도의 민생안정대책을 마련해 체감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