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투표율 조작… 감시 사각지대가 만든 부패와 무능 [논설실의 관점]

선거시스템 신뢰 흔드는 중대 사안
“전산 조작 불가능”주장 거짓 판명
수사 확대·개혁 더는 미룰 수 없어
(과천=뉴스1) 구윤성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율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선관위에 대해 이틀째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합수본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곳은 중앙선관위와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선관위 등으로 혐의는 공전자기록위작과 공무집행 방해다. 사진은 이날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2026.7.24/뉴스1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큰 비판을 받았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에는 선거 당일 ‘투표율 허위 입력 의혹’에 휩싸였다. 과거 ‘소쿠리 투표’와 채용 비리, 투표용지 관리 부실에 이어 이번에는 실시간 투표율 관리 과정에서 허위 수치가 입력된 정황까지 드러난 것이다. 투표율 조작은 명백한 범법 행위라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다. 사실이라면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선거관리시스템 전반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동안 선관위가 “전산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해 온 만큼 국민적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선관위 관리 실태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3∼24일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들의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투표율은 각 읍·면·동 선관위가 누적 투표자 수를 입력하면 상급 기관의 확인을 거쳐 1시간 단위로 공개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6·3 지방선거 당일 경기도선관위에서 잘못 입력된 투표자 수가 상부 보고나 결재 절차 없이 실무자들끼리 입맞춤을 통해 은폐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들은 내부 메신저를 통해 수치를 수정하기로 협의했고, 그 과정에서 허위 수치가 약 4시간 동안 공개된 것으로 파악됐다. 단순한 입력 실수라기보다 심각한 선거관리 위반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투표율 조작이 특정 지역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합수본은 경기도 외 다른 지역 선관위에서도 유사한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가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선거 당일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투표율은 유권자의 투표 참여 심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만약 허위 입력이 조직적으로 이뤄졌거나, 의도성이 확인된다면 6·3 지방선거 공정성과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선관위 직원들은 합수본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허위 입력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최종 투표율만 맞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투표율 조작에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로, 선거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선관위 내부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허위 입력이 과거에도 만연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이는 일회성 실수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외부 통제와 감사 없이 그동안 자정 노력만으로 조직을 방만하게 운영해 온 결과가 아니냐는 비판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관련 의혹은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와 고의성 여부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책임 소재를 밝혀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선관위 조직 운영과 전산 관리 체계, 외부 감시 시스템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는 개혁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잘못된 선거관리는 민주주의 기반을 흔든다. 야당의 주장처럼 선관위 특검의 수사 범위를 투표용지 부족 문제에 한정 지을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일체의 전산 조작 시도를 포함한 선관위의 모든 것을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감시 사각지대가 만든 선관위 부패와 무능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